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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2-11-01 13:33:02

편견과 참견을 먹고 자라온 동족에게 보내는 연대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

[책소개]
우리 함께 ‘별종의 미’를 거두자
세상 어디에도 분류되지 않는 한 낯선 인간이
편견과 참견을 먹고 자라온 동족에게 보내는 연대

비혼주의 1인 가구, 속한 직장 없는 N잡러, 식물과 고양이의 집사, 원데이 클래스를 적극 활용하는 취미 부자, 자동차 운전면허 없음, 카카오톡 지움…. 마지막 두 가지는 논외로 두더라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삶의 형태다.그런데 이 특이할 것 없는 인생을 3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 있다. 주변의 갖은 참견과 편견을 양분 삼아서. 바로 이 책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를 쓴 이명석이다.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잡지 《이매진》에서 영화를 담당했다. 또한 《씨네21》의 ‘씨네꼴라쥬’에서 영화 패러디 칼럼을 연재해온 영화 비평가다. 웹진 《스폰지》 편집장을 거쳐 현재 전업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그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눈에 띄는 ‘인간 네온사인’이자 ‘여행사 깃발’ 같은 사람이다. 큰 키에 긴 머리, 유행과 거리가 있는 패션으로 인파를 지나면 모세가 되고, 음식점을 처음 들러도 곧바로 단골 명단에 오른다. 취미로 듣는 수업에서 시범 보일 첫 타자가 되는 것은 기본, 전철에서 “아빠, 여자가 수염 났어!” 하고 외치며 도망가는 아이를 만나기도 한다.

물론 이처럼 외향이 조금 남다르다고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30년 동안 뚝심 있게 살아온 삶의 태도 때문인데, 이에 대한 성적표로 어느 날 주민센터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수화기 너머 혼자 사는지, 직장 없이 지내는 건 맞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꼬치꼬치 이어지던 질문 끝에 이 말을 선고받는다. “그게…저… 선생님께서 고독사 위험군에…….” “네가 지금은 젊어서 맘대로 살아도 된다고 여기지. 그런데 그렇게 ‘이상’하게 살면 정말 ‘이상’해진다고.” (…) 그러니까 뒤의 이상함은 이런 뜻인 것 같다. “넌 직장도 못 구하고 친구도 못 사귀고 몸과 마음이 망가져 외롭게 굶어죽을 거야.” (7~8쪽 ‘이상하게도 안녕합니다만’)

이 책은 1970년생인 저자가 인생의 3분의 2가 넘는 시간 동안 걸어온 외길을 되짚는 기록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도시수집가』에 이어 궁리에서 10년 만에 펴내는 신작으로, 지난 2018년부터 《한겨레》‘삶의 창’에 연재해온 원고를 다듬어 펴냈다. 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영화 비평과 만화 칼럼을 써온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자아로 시선을 돌린다. “야생보다 ‘일상’에서 생존하는 게 더 훌륭한 법이야.” 유쾌하면서도 시종일관 서늘함을 놓지 않는 자아 탐구 여정!
그러나 자아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어설픈 자기 연민이나 넋두리가 깔려 있지는 않다. 오히려 서늘하고 객관적인 거리가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현재 자신과 닮은 만화 속 중년 캐릭터를 발견해가는 과정은 냉정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만화, 영화, 소설 속에서 나와 닮았는데 훨씬 멋진 사람을 찾아낸다. 그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나도 좀 괜찮구나’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나와 닮았는데 아주 추하고 악한 사람도 알아채야 한다. 그를 외면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25쪽 ‘정신 차려, 넌 고길동도 못 돼’)

저자는 〈개구쟁이 스머프〉 에 나오는 ‘가가멜’에게 현대 한국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독거 중년의 어두운 면을 투영한다. 가난하고 피폐해진 나머지 “따뜻한 공동체를 이룬 젊은 1인 가구 스머프를 미워하고” 합리화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기 공룡 둘리〉에서 직장에서는 상사에, 집에서는 악성 세입자에 시달리는‘고길동’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다가도, 동시에 그처럼 살기도 어렵다고 겸허히 인정한다. 그는 정글과 같은 야생에서 생존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깨끗하고 건강하고 친절하게 살아남는 게’ 훨씬 어렵고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밥하고 빨래하고 씻을 줄 모르면 병에 걸리고, 예의를 몰라 사회적 관계를 못 맺으면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이다(173~174쪽 ‘조금 다른 남자아이 키우기’).

“가끔 우리는 뭘 사기 위해 배우는 건 아닐까?”
망한 취미들 속에서 집대성된 ‘배움’의 철학

그림, 악기, 춤, 운동, 요리… 누구나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강렬하게 망한 취미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분야와 종류를 가리지 않는 취미 부자로, 특히 원데이 클래스 마니아다. 그는 서촌의 화원에서 ‘야생화’를 가꾸고, 한옥에 가서 ‘교자’를 만든다. 또 유산소 운동이 필요해 찾아간 ‘탁구 교실’에서 초보로 허덕이다가, 경력직만 뽑는 회사 앞에서 좌절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더불어 어릴 적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로 ‘기타’를 더듬거리며 배우고, 주말 저녁이면 ‘스윙댄스’용 셔츠와 댄스화를 챙겨 나가는 춤꾼이기도 하다.

배움에 관한 저자의 철학은 확고하다. 바로 취미 활동이나 배움의 장소에서는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던져두고 같이 지지고 볶고 먹고 놀아야” 한다는 것(66쪽 ‘남자도 배울 수 있다니까’), 또 “삶의 어떤 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면 그 배움의 쓰임새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70쪽 ‘망한 취미의 유적들’).

남자들은 직장이나 학교 선후배라는 서열을 유지하면서, 사회생활의 연장이라는 강박을 가지고, 술을 첨가해서 노는 걸 선호했다. 낯선 환경에 들어가, 다른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무언가를 배우며 노는 데는 서툴렀다. (65쪽 ‘남자도 배울 수 있다니까’)

그리고 이 철학을 완성하는 지점에 ‘남자들도 배울 수 있고 또 배워야 한다’는 지론이 있다. 특히 자신과 같은 중년 남성에게 배우기를 꺼려 하지 말라며 용기를 북돋는다. 언젠가 구청에서 열린 일일 집밥 교실에 신청했다가 ‘혼자 남자인데 괜찮으시겠느냐’는 반응을 듣고서는, “평생 밥 한 끼 차려본 적 없다가 독립하는 1인 가구의남성이나 중장년의 이혼남이야말로 이런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한다.

정말로 이상한 일이 뭔 줄 알아?
이제 모두가 나처럼 산다는 사실이야

그로부터 30년 후. 그 이상한 인간은 여전히 이상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여전히 안녕하다. 나는 굶지도 않고(소화불량은 있지만), 병들지도 않고(여기저기 노쇠하긴 했지만), 외롭지도 않고(오히려 나를 걱정했던 사람들보다 덜 심심하고), 특별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비참의 나락에 떨어지진 않았다. 사회적 경제적 수준에 비하자면 아주 높은 행복의 가성비를 누리고 있다고도 여긴다. (8쪽 ‘이상하게도 안녕합니다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떠한 태도를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앞에 놓인 길이 지금보다 훨씬 좁고 적었던 시절부터 이렇게 살아온 것에 대해 자랑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사회 어딘가에 자신처럼 어떤 틀에도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무탈하고 안녕하게. 그리고 자신과같은 고민을 해온 사람들, 혹시 정상의 궤도에 벗어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덤덤한 위로를 건넬 뿐이다. 무엇보다 정말로 ‘이상’한 건 저자의 삶이 아니라 다들 그처럼 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본문에서]
세상에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눈에 뜨이는 사람들이 있다. 놀이터 구석에 앉은 짙은 피부색의 아이, 하이힐과 치마 차림의 남학생, 휠체어를 타고 클럽에 온 사람, 문신으로 몸을 덮고 수영교실에 온 여자……. 어떤이들은 그들을 불편해하며,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라고, 무리의 힘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왜 그러냐 물어보면, 이상한 모습이니 이상한 행동을 할 거라는 이상한 이유를 댄다. 낯선 외모에 대한 본능적 불안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게 문명이다. (20~21쪽, ‘인간 네온사인으로 산다는 것’)

평생 고위직에 있다가 퇴임한 ‘어르신 자아’는 어디서든 대접받으려다 따돌림당한다. 반대로 스스로를 ‘살림꾼 자아’로 고정시킨 사람도 있다. “난 괜찮아요. 편하게 놀아요.” 하면서 어깨의 짐과 얼굴의 가면이 점점 무거워진다. 나는 이들에게 정반대의 자아를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살림꾼은 손끝 까딱 안 하고 대접받는 여행을 해보고, 어르신은 낯선 취미 모임에 들어가 굽신굽신하며 배우는 기분을 느껴보라고. (42~43쪽, ‘다중의 자아와 동거하는 법’)

예전 미국 브루클린에서 본 동네 댄스 교실이 생각난다. 오후 체육관엔 미취학의 꼬마, 배 나온 아저씨, 허리 굽은 할머니까지 자유로운 복장으로 어울려 있었다. (…) 우리의 집밥 교실도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상관없이 같이 지지고 볶고 먹고 노는 곳. (65~66쪽, ‘남자도 배울 수 있다니까’)

여기 문명의 서로 다른 얼굴이 있다. 눈이 어두운 이에게 무인주문기는 절망의 문턱이다. 하지만 귀가 나쁜 이에겐 구원의 계단이다. 수어를 하는 노인은 예전이라면 거기 앉아 햄버거를 먹을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노인 세대가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유튜브, SNS, 영상통화에 맛들인 노년층이 부쩍 늘어났다. 왜 무인주문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없을까? (104쪽, ‘내 친구의 이름은 무인주문기’)

나는 내게 선을 넘지 말라고 하는 사람 앞에서, 그 선을 꼭 밟은 채로 진지하게 따져 묻곤 했다. “저기 어르신, 그냥 가지 마시고 저한테 좀 가르쳐주세요.” 
나는 선을 마구 넘어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선을 찾고, 그것을 내 동료, 이웃들과 공유하고 싶다. (…) 선이 없는 게 자유가 아니다. 합리적인 선이 또렷하게 그어져 있을 때, 우리는 더 편안하고 즐겁게 놀 수 있다. (215~216쪽, ‘파울라인 위에서 서성일 때’)

게다가 놀라운 일은 그 30년 전 내가 선택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비혼주의와 1인 가구가 대세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고양이와 식물을 반려로 삼고, 직업이 불분명한 N잡러들이 사무실 대신 카페에서 일하고, 시간만 생기면 여행 갈 궁리를 하고 있지 않나? 이것 참. 모두 나를 따라 하고 있는 건 아닐 텐데. (8쪽, ‘이상하게도 안녕합니다만’)


[차례]
이상하게도 안녕합니다만
❶ 날마다 눈에 뜨이는
인간 네온사인으로 산다는 것 | 정신 차려, 넌 고길동도 못 돼 | 좌우명, 무리하지 말자 | 모르는 잡초에게 약한 사람 | 막다른 길 애호 협회
다중의 자아와 동거하는 법 | 간헐적 실종을 위한 연습

❷ 망한 취미의 유적들
나의 수채화 포비아 극복기 | 탁구장에서 이상한 걸 배웠다 | 남자도 배울 수 있다니까 | 망한 취미의 유적들 | 우린 참 적절한 때 태어났다
왕초보를 가르치기 전에 잠깐 | 나의 심장을 부수려고 돌아온 야구 | ‘아이엠그라운드’가 어려워 | 춤추는 사람이 춤출 세상도 만든다

❸ 그림자처럼 어슬렁거리며
미제 사건, 이웃이 사라졌다 | 내 친구의 이름은 무인주문기 | 어둠 속에 배달부가 올 때 | 쿠폰 열 칸 채우는 것의 어려움
11시 11분에 멸종하는 기차 | 배리어 프리라는 이름의 동네 | 공중에 살짝 떠 있는 전화 | 붕어빵은 여름에 뭘 하고 있나

❹ 작은 불운에 설탕 묻히기
폭풍우 치는 날의 밀가루 8kg | 잘리니 그때야 보이는 금빛 | 미끄덩과 꽈당의 기술 | 깨진 유리잔과 인간의 깊이 | 기쁨과 아픔의 볼륨 
검은 뽑기의 블루스 | 성모상과 반가부좌와 고양이

❺ 이상한 삼촌과 아이들
조금 다른 남자아이 키우기 | 이상한 삼촌은 이중 스파이 | 학교에 가는 101가지 방법 | 아이는 차를 죽이지 못한다 | 쓸데와 핀잔으로 키운 나무
야단, 치고 맞기의 적정기술 | 부끄러울 필요도 감출 이유도

❻ 세상이 쌉싸름해 꼭꼭 씹었다
하늘에서 꽁초들이 내려와 | 보람과 재미라는 치트키 | 파울라인 위에서 서성일 때 | 승부조작이 필요한 때 | 나만을 위한 맞춤형 지옥
필터가 떨어졌다 | 코끼리를 잘 지우는 방법


[저자 소개] 
이명석
문학 편집자, 잡지사 기자, 웹진 편집장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전업 저술가로 독립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씨네21》 《계간 문학동네》 《엘르》《에스콰이어》 등 다양한 매체에 장르를 넘나드는 글을 써왔다. 여행과 취미로 세계를 탐험하며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물어왔고, 인문학 강연자, 방송 패널, 보드게임 해설가, 파티 플래너, DJ, 공연단장,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고양이와 식물의 집사이자 그림, 악기, 요리, 댄스 등 사방팔방으로 배움의 촉수를 뻗어 온 취미 부자다.지은 책으로 『모든 요일의 카페』 『논다는 것』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등이 있고,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 『나의 빈칸 책』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도시수집가』 『은하 철도 999, 너의 별에 데려다줄게』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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