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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시간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2-11-01 14:01:59

진정한 여행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종횡무진 인문학

타오르는 시간

[책 소개]
관광객은 언제 여행자가 되는가
타오르는 삶의 시간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 
진정한 여행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종횡무진 인문학

관광화된 세계에서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구하는 김종엽의 저서 『타오르는 시간: 여행자의 인문학』이 출간되었다. 한국사회의 굵직한 사건마다 의미 있는 발언을 보태온 사회학자 김종엽이 새롭게 제시하는 주제는 길었던 코로나19 시국 이후 모두의 열망이 된 ‘관광/여행’이다. 제도와 규율에 익숙해져 고유한 자기 경험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일상은 ‘관광’만을 반복 체험할 뿐 진정한 ‘여행’에 이르지 못하는 관광객의 경험과 유사하다. 비행기로 어디든 오갈 수 있는 지구는 이제 인류에게 그리 넓은 장소가 아니며, 잘 짜인 여행 계획표를 소지한 우리는 목적지에서 무엇을 만날지 뻔히 알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관광화된 세계에서 자유로운 여행자라는 자의식은 허위의식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경고하며 어떻게 관광(일상)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삶)이 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이 책의 목표는 관광/여행의 문화적 이분법을 넘어 관광이라는 일상화된 형식에서 여행의 의미를 구제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학과 철학, 모빌리티의 발전사 등 다방면의 인문학적 지식을 교배하며 우리의 떠남과 이동, 머무름에 대한 총체적이고 현란한 사유를 펼친다. 여행을 갈구하는 첫 순간부터 목적지를 정하고,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숙소에 이르는 순간까지, 이 책은 여행의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미분해 새로운 의미를 적층해놓았다. 저자가 짜놓은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여행기’라는 서사적 맥락 속에서 여행과 얽힌 인문학적 사유의 편린들이 눈부시게 빛난다. 저자 김종엽이 앞으로 집필하게 될 스페인-모로코 여행기를 위한 예비적 작업이기도 한 이 책은 이미 체험한 여행, 앞으로 떠날 여행의 의미뿐만 아니라 무색·무미·무취한 일상의 내적 의미를 극대화하는 ‘타오르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시간 엄수를 예찬하는 사회, 
우리의 경험은 빈곤해진다 

“10분 내 배터리 완충” “3분 대기” “5분 후 출발” 현대인들은 ‘짧은 시간’에 관심이 많다. 시간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조정하고 규율하고 배치한다. 이러한 시간 경험이 ‘나’의 주관적 시간과 충돌할 때 인간은 분열하고 세상에 권태를 느낀다. 철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민감하게 포착했다. 하이데거의 ‘권태’ 분석이 무의미한 기다림처럼 주체의 흥미를 유발할 자극이 적은 상태에 집중했다면, 짐멜이나 벤야민은 대도시가 유발하는 엄청난 자극의 반작용으로서 권태를 말한다. 저자는 이들이 주목한 권태의 결과가 우리 사회에 어떤 후유증을 유발하고 있는지 검토한다. 단적인 예가 대중의 스마트폰 사용 양태다. 붐비는 전철 안의 사람들은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좀더 빠르게 흘려보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본다. 또는 전철 안의 온갖 소음처럼 과도하지만 쓸모없는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음량을 높인다. 이처럼 사람들은 ‘공허하고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듯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에 몰입하지만, 저자는 사실 그 과정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외부 자극을 막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하는 더 큰 자극의 연속은 사실상 벤야민의 표현처럼 ‘경험의 빈곤화’에 기여할 뿐이라는 진단인데(2장), 이는 현대인의 삶 전반에 적용되는 진단이기도 하다. 

공항, 비행기, 숙소…
모든 장소에서 풍부한 의미를 구하는 인간, ‘여행자’

이 책은 ‘경험의 빈곤화’에 급제동을 거는 행위이자 권태로운 일상을 불사르는 ‘타오르는 시간’으로서 ‘여행’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저자는 삶의 시간을 중단하고 ‘그곳’을 향해 떠나는 관광객/여행자의 정체성을 고찰한다(1장). 관광과 여행을 뜻하는 『주역』의 괘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며 관광객의 ‘봄(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어떤 대상을 보아야 할지 제안한다. 현대사회의 관광객/여행자는 전통사회의 떠돌이가 아니라 휴일이면 큰돈을 쓰는 자본주의 체제의 행위자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관광객이 방문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그로 인해 바뀐다. 그 나라 상인들이 우리말을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사업을 실행하듯이 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관광객 스스로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들만 수동적으로 보게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자는 관광 대상을 스스로 보고, 그 보았음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성찰할 때 여행자가 비로소 자신의 삶에서 주권적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논의를 예증하기 위해 문화학, 미술, 철학 등 분과 학문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관광/여행의 동기(2장과 3장)와 여행의 장소들, 그리고 그것의 사회문화적 조건과 근대적 모빌리티 상황(5장의 공항, 6장의 비행기, 7장의 숙소)에 대해 폭넓게 사유한다. 


진정한 경험을 향해 열려 있는 
‘타오르는 시간’을 누리는 법을 안내한다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도착한 곳에 먼저 와 있거나 곧바로 뒤쫓아오는 다른 관광객의 존재를 불편하게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부러 단체관광을 피하고, 명소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꺼려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관광객이 아닌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기를 꿈꾸기 때문일 텐데, 이러한 열망에 적극적으로 응답한 책은 드물었다. 잠시 머무는 경유지, 즉 ‘비장소’에 불과한 공항과 ‘운송수단’인 비행기, 그리고 이방인으로서의 환대를 경험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 이 책의 방법론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한 계보 속에 놓여 있다. 여행이 무엇인지 사유했지만 결국은 삶을 사유한 이야기들 말이다.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은, 서론 격의 글 ‘뱃사공 신드바드와 짐꾼 신드바드’에서 주요하게 인용하고 있는 여행에 대한 여행기 「신드바드의 모험」을 계승한다. 또한 여행을 통해 삶의 변화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여행 경험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조직하고 배치한 연암 박지원의 고전 「열하일기」와도 한 줄에 서 있다. 
『타오르는 시간』이 이렇게나 풍부한 연상을 일으키는 까닭은, 진정한 여행의 방법을 말한다는 것이 결국 사물과 장소와의 내밀한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마수가 할퀴고 간 폐허에서 삶의 회복을 바라는 이들에게 『타오르는 시간』은 여행의 설렘과 ‘타오르는 시간’의 열망을 동시에 불어넣을 책이다. 


[목차]                                                                             
머리말/ 서론을 대신하여

1. 관광객, ‘휴일의 군주’: ‘여행’ 그리고 ‘관광’이라는 말에 대하여 
2. 여기가 아니라면: 권태에 대하여
3. ‘그곳’을 향하여: 장소의 의미론
4. 결국은 걸어서 간다: 걷기의 인문학
5. 탑승하러 가는 길: 수정궁의 후예, 공항
6. 이륙하다: 비행기, 콘도르와 앨버트로스 사이에서 
7. 잠을 청하다: 집, 호텔 그리고 에어비앤비


저자 소개                                                                             
김종엽(金鍾曄) 
한신대에서 학생들에게 사회학을 가르친다. 『창작과비평』을 편집하는 일에도 참여한다. 『연대와 열광』 외 몇권의 책을 썼고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기』를 비롯해 몇몇 책을 옮겼다. 『한국현대생활문화사: 1990년대』 외에 몇몇 책을 엮었으며 『입시는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가』를 아내와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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