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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없는 노동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3-01-02 16:40:59

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지워져가는 노동자

노동자 없는 노동 


 


 

[책 소개]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 안면인식 등 스마트한 디지털 라이프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단순 라벨링 작업을 하는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이 있고,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그 노동이 스마트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크라우드노동의 실태를 고발하고 세계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폭로한다. 나아가 이 파멸적 혁신에 맞서 더 공정한 노동을 보장받을 방법을 모색한다

 

자동화된 미래와 새로운 직업 세계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디지털 사회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노동, 그 악몽 같은 미래

 

“오늘날 디지털 사회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다.

푼돈을 받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인간지능’ 작업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지워져가는 노동자

 

앞으로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무인매장에 가면 따로 계산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자율주행차가 택시와 트럭 운전사를 대체하고, AI가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될 것이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알고리즘이 우리의 신체와 공간, 사회를 칭칭 감고서, 마치 생각하는 기계처럼 작동할 것이며, 컴퓨터가 만들어낸 지능이 흡사 공기처럼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당연하게 취급될 것이다. 

하지만 이 환상의 눈부신 껍데기를 들추면 그 이면에는 소멸 직전까지 착취당하고 있는 비참한 노동자들이 있다. 풍요롭고 스마트한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편리한 세상은 사실상 극소수 IT 공룡 기업이 내세우는 환상이거나, 닿을 수 없는 신기루이다. 이 책은 오늘날 스마트한 디지털 라이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첨단 인공지능이 아니라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노동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검색엔진, 앱, 스마트 기기의 배후에는 언제나 노동자가 존재해왔으며, 이들은 글로벌 시스템의 변방으로 밀려나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단 몇 분, 몇 초 안에 끝나는 초단기 작업, 즉 미세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취업과 실업의 상태를 오가면서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잉여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허상 뒤에 숨겨진

데이터 노동자의 현주소

 

세계 최대 난민촌인 케냐 다다브의 막사 안으로 한 여성이 걸어 들어간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이곳에서 이 여성이 하루 동안 하게 될 일은 도시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집” “가게” “자동차” 같은 라벨을 지정하고, 짧은 녹취록을 만들고, 알고리즘에게 각양각색 동물 사진을 식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클릭’노동은 작업 시간이 아닌 완료한 작업 건수를 기준으로 임금을 받기에 불안정하고 몹시 고되다.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이곳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극소수의 ‘공식’ 노동에 해당한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시아 같은 범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클릭경제’가 바꿔가고 있는 오늘날 노동과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플랫폼을 통해 불안정한 지위에서 수행하는 단순 작업 - ‘미세노동’에 의존하는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약 2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미세노동을 중개하는 사이트 덕분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현대 자본의 총아인 아마존, 테슬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이 어떻게 빠른 시간에 가공할 만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구글, 아마존, 테슬라, 알리바바,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전략으로 키워온 것이 데이터의 상품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화려한 21세기 자본주의의 성공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AI의 연산 인프라를 만드는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빅토리아시대 영국과 19세기 나폴리 거리에서나 볼 수 있던 충격적인 생존투쟁의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로 취급받고 있으며, 초단기 데이터 작업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데이터가 플랫폼의 생명줄임에도 우리는 데이터가 생성되는 과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가 아이폰을 볼 때 그 하드웨어는 눈앞에 실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속을 흐르는 데이터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서 데이터 역시 생산의 대상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 인간의 손과 정신이 만들어낸 것을 영리한 기계의 작품으로 착각한다.” _본문 중에서


노동시장 변화로 지워지고 짓밟히는 노동자

 

21세기는 금융위기와 만성적 경기 침체 속에서 민주적 제도가 속속 붕괴하고 시시로 기후재앙과 긴축재정에 시달리는 시대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수많은 노동자가 봉쇄령이나 감염에 의해 장·단기적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자본 입장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얼마나 불안정한 수익 창출 수단인지 확인하는 기회로 삼았을 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자가 대거 이동하며 고용이 정체된 현상에 대해 저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왜냐하면 2030년까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 노동의 절반가량이 자동화될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전에는 적절한 수준으로 임금이 지급됐던 일이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비공식화되고 여러 건의 작업으로 쪼개져 건별로 형편없는 임금이 지급되는 불안정한 형태로 변질될 것이다. 심지어 임금과 권리의 기본 요건을 정해놓은 제도의 간섭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뉴욕의 작은 회사가 오늘은 나이로비에서 프리랜서 녹취록 작성자를 고용하고, 내일은 뉴델리에서 또 다른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다. 이때는 사무실이나 공장을 차릴 필요가 없고, 현지 규정에 간섭받지 않으며, 웬만해서는 현지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_본문 중에서

 

이렇게 임금, 개인의 권리, 능력 등이 짓밟히는 현실이야말로 현재 자동화가 서비스업에 진짜로 끼치는 영향이지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외치는 말들, 이른바 일자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자극적인 말들에 노동자들이 피부로 겪는 현실은 묻히기 일쑤다. 이 책에서는 이 같은 일자리 종말은 그저 연막일 뿐,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점점 더 많은 서비스직 일자리가 긱 노동, 미세노동, 크라우드 노동으로 변질되고, 심지어 그런 ‘일자리’란 것들조차 사실상 실직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격할 역사의 주체는 

플랫폼 자본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가 될 것이다

 

만일 노동이 놀이가 된다면,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딱히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들은 세련된 청년들이 소파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진을 걸어놓고 만일 우리의 멋진 신경제에도 여전히 노동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옷을 사는 것처럼 재미있는 활동일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암시를 건다. 심지어 ‘노동’이나 ‘노동자’라는 표현이 이런 분위기를 망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직 ‘이용자’ ‘작업자’ ‘플레이어’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이런 행태야말로 미세노동을 마치 어떤 포부를 갖고 도전해볼 만한 멋진 일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노동과 놀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수법에 지나지 않으며, 노동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독자들을 설득해나간다. 오늘날 미세노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은 그것이 건전한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모두가 처하게 될 위기의 불길한 징후로 봐야 하며, 이제라도 우리가 미세노동의 충격적인 생존투쟁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플랫폼들이 기술적 경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첨단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고 서로에게서 단절돼야 한다. (…) 미세노동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서로 단절된 세상을 실현함으로써 노동조합, 노동자 문화, 노동자 보호 장치가 빠진 자본주의, 다시 말해 자본을 위협할 수 있는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자본주의라는 신자유주의적 환상의 정점을 구현한다.” _본문 중에서

 

지금까지는 미세노동 사이트가 내건 공허한 약속 때문에, 혹은 비밀유지계약 등으로 재갈을 물리는 법적·소프트웨어적 장치 때문에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지 못하고 그 어떤 파업이나 집단행동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장 둔화와 고용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시대에는 실업이 사라지지 않고 그저 허울만 바꾼 채 불안정성, 불완전 취업, 노동 빈곤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일자리 보장, 임금 인상에만 머물지 않고 기본적인 생존권 요구(주거, 의료, 수도, 전기 등)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자본주의를 넘어 세상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을 한 사람은 많았지만 ‘과연 누가 그런 세상을 실현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격할 역사의 주체가 그동안 잉여로 간주되어온 수많은 사람들, 임금 노동의 언저리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서 터져나올 것이라 주장하며, 현재의 배제된 사람들에게서 시작될 투쟁이 좀 더 확실한 비전이 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의 구성

1장 ‘실리콘밸리의 잉여’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어떻게 인력을 이용하는지, 그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의 기업들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메커니컬터크나 클릭워커 같은 ‘미세노동 사이트’를 통해 초단기 작업을 대량으로 맡기고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데, 이들 사이트에는 의뢰인의 신원이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일을 맡겼는지 확인이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필요할 때(초, 분, 시간 단위로 가능)만 노동력을 저렴하게 뽑아 쓸 수 있기에 기업들은 이런 장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2장 ‘인공지능 혹은 인간지능?’에서는 인공지능 뒤에 숨겨진 은밀한 자동화 세계에 관해 살펴본다. 거대 IT 플랫폼 기업이 내세우는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비서 등 최첨단 기술이 사실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아니라, 저숙련 서비스 노동과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며, 문제는 이들의 노동이 실직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일자리’로 전락하여 임금, 권리, 능력 등이 무참히 짓밟히고 그 어떤 보호장치나 복지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3장 ‘서비스형 인간’에서는 현대의 플랫폼 자본주의가 과거의 자본 축적 체제들과 다르게 노동자들을 어떻게 포획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미세노동이야말로 오늘날 전 세계에 펼쳐진 취업이라는 사막에서 기회의 오아시스가 아닌 신기루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미세노동의 현실이 무임금 생존 투쟁의 현실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미세노동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혜택을 받을 수는 있는지, 미세노동이 연대와 조직화를 막고 있진 않은지 등에 대해 답을 찾아나가야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고 독려한다.    

4장 ‘지워지는 노동자’에서는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미세노동을 전전하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그 작업들 때문에 심각한 노동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관해 살펴본다. 사실상 미세노동 사이트가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가 노동자들에게 노동 과정 전반을 감추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서로에게서 떼어놓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저자는 오히려 이러한 미세노동의 특징이 자본주의 신화의 허망함을 폭로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암시하는 희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5장 ‘미래는 배제된 사람들 손에 달렸다’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시도해볼 만한 실천 행동들을 제시한다. 20세기와 같은 노동운동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금, 기후재앙과 팬데믹이 자본주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오랫동안 희망이 없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말하여, 미래는 현재의 배제된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추천의 글]

‘디지털 테일러주의’라고 불리는 ‘플랫폼노동’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가 혼미한 ‘미세노동’은 일자리 종말이 아니라, 또 다른 ‘하등 취업’의 단면이다. ‘노동자’가 아닌, ‘이용자’ ‘작업자’ ‘플레이어’ 등의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는 ‘플랫폼 자본주의’로 알려지고 누가 착취자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탈노동의 흐름이 있다. 아마존 메커니컬터크, 클릭워커, 업워크, 애픈, 스케일 등, 이 책에 실린 기업들의 사례는 최첨단 기술로 포장된 암울한 노동의 미래를 보여줄 뿐 아니라, 한국형 ‘21세기 데이터 공장’이 되어가는 국내 업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한다.

_ 김종진 _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이 책은 대다수가 몰랐던 세상으로 세밀하게 안내한다.

_ 닉 서르닉Nick Srnicek _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 저자

 

인공지능이 관장하는 은밀한 생산 장소로 독자를 침투시킨다. 빈민, 난민, 재소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볼모 삼아 이들의 심신을 쥐어짜는 착취적 미세노동은 금융위기 이후 동맥경화에 걸린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_ 개빈 뮬러Gavin Mueller _ 《직장 파괴Breaking Things at Work》 저자

 

노동자로서 지위와 권리를 박탈당한 미세노동자들이 단결해 자유 시간과 물질적 안정을 쟁취하기 위한 세계적 운동의 선봉에 나설 방안을 이야기한다.

_ 아론 베나나브Aaron Benanav _《자동화와 노동의 미래(Automation and the Future of Work》 저자



[저자 소개]

지은이​

필 존스Phil Jones

노동의 미래, 기후변화 대응법, 경제계획을 연구하는 ‘오토노미Autonomy’의 선임연구원이며 ‘오토노미 디지털 허브Autonomy Digital Hub’의 일원이다. 불안정노동, 클릭노동, 크라우드노동의 실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연구하며, 〈런던리뷰오브북스LRB〉 〈가디언Guardian〉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 〈노

바라 미디어Novara Media〉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김고명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번역가가 고생하면 독자가 편하다는 일념하에 원문과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바른번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썼고,《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배움의 기쁨》 등 여러 권을 옮겼다.

 


[차례]

서문 메커니컬터크: 미세노동의 탄생

1장 실리콘밸리의 잉여 

2장 인공지능 혹은 인간지능?

3장 서비스형 인간

4장 지워지는 노동

5장 미래는 배제된 사람들 손에 달렸다

후기 미세노동이 만드는 유토피아

감사의 말

주석

 


[책 속에서]

자동화가 만드는 낙원은 어디까지나 환상에 불과하다. 검색 엔진, 앱, 스마트 기기의 배후에는 항상 노동자

가 존재한다. 그들은 글로벌 시스템의 변방으로 밀려나 단돈 몇 센트를 받고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알고리즘을 감독하는 일 말고는 달리 살아갈 방편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_ 11쪽

 

테슬라 같은 기업에 필요한 인력 중 상당수는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무사히 달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깔끔

하게 주석화하는 일을 담당하는 노동자다. (…) 이 경우 테슬라 같은 기업이 사내에서 데이터 훈련을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범남반구에 외주를 준다. 2018년에 이런 미가공 데이터 중 75퍼센트 이상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몰린 베네수엘라인들에 의해 라벨링됐다. _ 34~35쪽

 

머잖아 하나의 안정적인 직업만 갖고 있는 사람들과, 다른 한편으로 아침에는 남의 개를 산책시키고, 낮에

는 남의 집을 청소하고, 저녁에는 친구 역할을 대행하고, 밤에는 온라인 작업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들로 이분화된 새로운 양극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_ 119쪽

 

지금 가난한 피박탈자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들의 공동체를 겁박하기 위해, 혹은 노동 과정에서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들을 부지불식간에 훈련시키고 있다. 이른바 마르크스의 생생한 악몽보다도 더 악몽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_ 128쪽

 

결국 노동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작업으로 누가 무엇을 통해 이득을 보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시가전과 문화 말살의 도구로 사용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미세노동 사이트를 이용하는 난민들이 사실상 자신들을 탄압하는 기술 개발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비극이다. _ 137쪽

 

어두컴컴한 지하 세계에서 알고리즘의 부속물로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확장하고 감독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이 무엇의 일부분인지도 모른 채, 또 외부에 그 존재가 철저히 은폐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대형 플랫폼이 원하는 노동의 형태가 바로 이런 것이다. 노동자에게는 불투명하고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 _ 140쪽

 

미세노동 사이트에는 노동자들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프로필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애초에 노동자들이 집

단으로 존재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_ 141쪽

 

지금과 같이 성장이 둔화되고, 고용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시대에는 위기가 닥쳐 실업률이 치솟으면 보통은 실업자들이 여러 형태의 하등 취업 상태에 빠지면서 비공식 저임금 노동만 영구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말인즉 실업은 사라지지 않고 그저 허울만 바꾼 채 불안정성, 불완전 취업, 노동 빈곤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_ 188쪽

 

 

지금 우리에게는 상상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자본주의를 넘어 세상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을 한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누가 그런 세상을 실현할 것이냐”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론 베나나브는 “비전이없는 운동은 맹목적이지만, 운동이 없는 비전은 훨씬 더 무기력하다”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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