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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기억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3-01-02 09:58:13

대상이 되어버린 삶의 주체성을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지난한 분투

여자아이 기억


[책 소개]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2016년 작품, 『여자아이 기억』이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자신의 삶을 이용해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든다고 강조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서도 ‘기억 속 사건’으로만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을 담았다. 1958년, 열여덟 살의 나이로 겪은 남성과의 첫 경험은 아니 에르노에게 오랜 세월 써야만 했고 쓸 수 없었던 미완의 프로젝트였다. 무려 60년 가까이 흐른 2016년, 20년 동안 수차례 펜을 꺾고 다시 쥔 끝에 출간된 『여자아이 기억』은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완성한 아니 에르노의 새로운 대표작이다.

인생의 한 시기에, 사랑을 알고 싶고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했던 여자아이에게 쏟아진 수치심과 모멸, 그리고 그날의 사건이 가져온 파장들. 대상이 되어버린 삶의 주체성을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지난한 분투. 글쓰기를 통해 잔혹한 사건을 해체하고 그 본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집요함과 대범함. 『여자아이 기억』을 읽으며 우리는 개인의 기억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기억은 개인의 기억이자 책을 읽는 독자의 기억이 되며 우리의 상처를 환기한다. 한번쯤 1958년의 그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책을 읽으며 과거의 그날을 들여다보고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마침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닌 무시무시한 현실성과 몇 년이 흐른 후 그 벌어진 일이 띠게 될 기묘한 비현실성 사이의 심연을 탐색할 것.’ (본문에서)


[출판사 서평]
언제나 일기 속 문장들엔 ‘S의 여자아이’나 ‘1958년 여자아이’에 대한 암시들이 있었다. 20년 동안, 나는 책을 쓰려는 내 계획 속에 ‘58’이라는 숫자를 적는다. 그건 여전히 쓰지 못한 책이다. 언제나 뒤로 미뤄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구멍.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2016년 작품, 『여자아이 기억』이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1958년 열여덟 살의 여름에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사건과 그 사건이 불러온 파장들을 작가는 끈질기게 추적한다. 1958년에서 1960년까지 2년의 시간이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다고 스스로 일기에서 언급할 정도로 이 사건은 작가로서의 아니 에르노의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1958년 여름, 열여덟 살 여자아이는 처음으로 부모의 울타리를 떠나 자유를 맛본다. 방학캠프의 지도강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마침내 부모님의 감시망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갑자기 어른이 된 듯 잡지와 소설 속에서만 접한 사랑을 꿈꾸던 여자아이는 그곳에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H라는 대표 지도강사와 밤을 보낸다. (H로 시작하는 남성의 이름이 몇 있지만, H가 프랑스어로 남성을 의미하는 homme의 머리글자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날 이후 여자아이는 그와의 관계가 진정한 사랑이라 믿으며 그날의 사건을 합리화하지만, 그럴수록 H를 비롯한 동료 강사들로부터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한다. 그들은 성별을 막론하고 그 여자아이를 대상화하며 ‘창녀’라고 부르고 ‘그래도 되는 아이’라고 여기며 희롱한다. 여자아이는 영문을 알지 못한다. 집안과 학교의 자랑거리였던 그녀는 왜 하루아침에 세상의 멸시를 받게 된 것일까.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느낀, 부모와 계급에 대한 ‘1952년의 수치심’을 1997년 작품 『부끄러움』에서 이야기했다. 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떨칠 수 없는 수치심이었다. 반면, 타인에 의해 각인된, ‘1958년의 수치심’으로 일기장에 명명했으며 끊임없이 되새겼던 그날의 이야기는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전 책들 속에 살짝 언급하거나 회피해왔다. (앨범 속 사진을 꺼내 지난 삶을 반추한 『세월』에서도 작가는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암시로 언급할 뿐이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불법 임신중절 시술에 대해서는 데뷔작인 『빈 옷장』의 첫 페이지부터, 그리고 2000년 『사건』에서 자기연민 없는 정확한 언어로 기술한 작가이지만, ‘1958년의 수치심’에 대해서는 글쓰기 계획에 줄곧 언급되어 있었음에도, 20년 동안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 여자아이를 잊고 싶었다. 정말로 그녀를 잊기를, 그러니까 그녀에 대해서 더 이상 쓰고 싶은 욕구를 갖지 않기를, 그녀와 그녀의 욕망과 광기, 그녀의 어리석음과 오만, 그녀의 허기와 말라버린 피에 대해 써야만 한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를. 나는 끝내 그렇게 되지 못했다.’ (본문에서)
“엄청난 영광이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잊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 여자아이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떨쳐버리려고 노력도 했다. 그럼에도 마침내 그날의 기억에 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여자아이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자신이 그 이야기를 쓰지 않고 죽을 수 없다’는 작가로서의 결연한 의지였다. 당시 유력한 프랑스 대선 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같은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들이 이 글을 끝맺게 한 또 다른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일지인 『아틀리에 누아』에서 밝힌 바 있다.
아니 에르노는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인터뷰에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첫 소감을 말했다. 자신이 아니면 결코 쓸 수 없다는 비장함으로 작가는 ‘1958년 여자아이’이자 어쩌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숨어 있을 수치스러운 과거를 조명한다. 옮긴이 백수린이 말했듯, 작가가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해 글을 쓰는 현재의 ‘나’와 만남을 시도하는 것처럼 독자 역시 그 여자아이에게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어쩌면 기억 속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받을지도 모른다. 

‘누구든 안전하고 완벽한 자족의 세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타자와 대면하고, 이해할 수 없으나 내게 강요된 타자의 법칙 앞에 압도되어 자신을 상실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주체가 되기 위해 분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여자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옮긴이의 말에서) 


[언론 리뷰]
열여덟 살 여름에 벌어진 수치심과 굴욕의 순간을 다룬 대담하고 충격적인 이야기 - 렉스 프레스
일기장에 '심연'으로 규정했으며 작가로 만들어준 이 시기를 아니 에르노는『여자아이 기억』에서 아주 정교하고 고통스럽게 맞선다 - 르몽드
아니 에르노 작품 세계에 핵심적인 한 조각을 추가하는 탁월한 걸작 – 엘르
놀라울 정도로 기품있고 완벽하며 지적이다 - 롭스
열정과 대범함으로 임한 가장 본질적이고도 위험한 시도 – 르피가로
이어지는 탐색과 추적 질문들 이것은 이해하기 위해 쓴 글이다 르주르날뒤디망쉬
『여자아이 기억』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심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쓰지 못했던 여자아이가 '수치심' 을 느끼게 된 상황과 과정 상상을 초월하는 강렬한 인상을 훌륭하게 복원한다. 과거의 순간과 그 결과에 당당하게 맞선다. - 텔레라마;


[책 속에서]
그런 이들이 있다. 타인들의 현실에, 그들이 말하고 다리를 꼬고 담뱃불을 붙이는 방식에 사로잡혀버리는. 그들은 덫에 걸리듯 타인들의 존재에 붙들린다. (7쪽)

나 역시 그 여자아이를 잊고 싶었다. 정말로 그녀를 잊기를, 그러니까 그녀에 대해서 더 이상 쓰고 싶은 욕구를 갖지 않기를. 그녀와 그녀의 욕망과 광기, 그녀의 어리석음과 오만, 그녀의 허기와 말라버린 피에 대해 써야만 한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를. 나는 끝내 그렇게 되지 못했다.
언제나 일기 속 문장들엔 ‘S의 여자아이’나 ‘1958년 여자아이’에 대한 암시들이 있었다. 20년 동안, 나는 책을 쓰려는 내 계획 속에 ‘58’이라는 숫자를 적는다. 그건 여전히 쓰지 못한 책이다. 언제나 뒤로 미뤄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구멍.  (16쪽)

내가 아주 오래전 ‘1958년 여자아이’라고 명명한 그 아이에 대해 쓰지 못한 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떠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기억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여자아이가 경험한 것은 설명되지 못한 채로, 아무 이유도 없이 살았던 것으로 남을 것이다.
다른 어떤 글쓰기 계획도 나에게 생사가 달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시간을 초월해 살 수 있게 해줄 것처럼은. 빛나거나 새로워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복해 보인다는 건 더더욱 아니고. 그저 ‘삶을 즐긴다’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다. 글쓰기 계획 없이 살아가는 매순간은 마지막을 닮았으니까. (18쪽)

기억할 사람이 나 혼자뿐이라는 사실이 –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 나를 기쁘게 한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처럼. (19쪽)

사진 속의 여자아이는 내가 아니지만 허구가 아니다. 이 세상에 이 여자아이에 대해서 나보다 더 방대하고 고갈되지 않는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21쪽)

사진 속 여자아이는 자신의 기억을 내게 물려준 낯선 사람이다. (22쪽)

나는 2014년의 여자와 1958년의 여자아이를 하나의 ‘나’로 녹여내야만 하는 걸까? 아니, 내게, 가장 적합한 게 아니라 – 주관적인 평가다 – 가장 대담하다고 느껴지는 방식은 이 둘을 ‘나’와 ‘그녀’라는 대명사로 분리하는 것이다. 있었던 사실과 행동들을 가능한 한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마치 문 뒤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그녀’나 ‘그’라고 지칭하며 수군대는 걸 듣는 방식으로. 그걸 듣는 순간 우리가 죽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24쪽)

글쓰기를 지속하기 어려운 시도로 만들 필요. 글쓰기가 지닌 권능을 – 수월함은 아니다. 아무도 나만큼 쓰는 걸 힘들어하진 않는다 – 글쓰기가 가져올 결과를 상상하며 느끼는 공포로 속죄할 필요. (48쪽)

글을 써나갈수록, 내 기억 속 이야기가 지금까지 지녀온 단순함이 사라진다. 1958년의 끝까지 가는 것, 그것은 수년에 걸쳐 내가 축적해온 여러 해석들을 산산조각 내겠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것도 윤색하지 말기. 나는 허구의 인물을 축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였던 그 여자아이를 해체하는 것이다. (74쪽)

바로 이 순간에도, 거리나 탁 트인 공간, 지하철, 대형 강의실에서는, 수백 편의 소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한 챕터씩 쓰이고 지워지고 다시 시작되고 있는데, 그것들은 결국 전부 다 죽고 만다. 현실이 되거나, 혹은 현실이 되지 않아서. (102쪽)

자주, 나는 내 책을 끝마치고 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 생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출간에 대한 두려움인지, 완성했다는 만족감인지. 책을 다 쓰고 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106쪽)

여자아이가 자신이 경험한 것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이 받았던 모욕이나 수모 같은 것들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긴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날들의 자기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상상하거나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배운 것이 어떤 미래를 불러올지는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107-108쪽)

나의 연인이 거기, 어둠이 시작하는 그곳에 있다. (129쪽)

우리는 다른 이들의 존재 속에, 그들의 기억 속에,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심지어 행동 속에 어떻게 남아 있는가? 이 남자와 보낸 두 밤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나는 그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이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불균형.
나는 그가 부럽지 않다. 글을 쓰고 있는 건 나니까. (131쪽)

하지만 그것이 단 하나일지라도 심리학이나 사회학적인 어떤 설명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글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선입견에 근거한 생각이나 논증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인 무언가, 펼쳐진 이야기의 접혀있던 모서리에서 흘러나오고, 앞으로 벌어질, 그리고 이미 저질러버린 일을 이해하는 데- 견디는데 – 도움을 줄 수 있을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134쪽)

지금도 내가 H에 대해서 말할 때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남자에게 광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열어주지 않는 문 뒤에서 그를 기다리고, ‘미친년’이나 ‘창녀 같은 년’ 취급을 받았던 것으로 인한 수치심은 어떻게 됐나? 『제2의 성』은 그것을 씻겨주었나, 아니면 반대로 그 감정에 더 빠지게 만들었나? 나는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다. 수치심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받았다는 사실이 그것을 지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 (154쪽)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우리 모두는 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와, 선책을 해야만 하는 순간을,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있어야 할 그곳에 자신이 있다는 혹은 있지 않다는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나가는 걸까? (171-172쪽)

그녀는 그들의 작은 상점에 있는 늙고, 조금 우스꽝스러우며 친절한 부모님을 멀리서, 멀찍이 떨어진 사랑으로 바라본다. 마치 현실이 자신과 거리를 두고 물러나는 것만 같이 느끼면서. 나는 나 자신을 문학적인 존재, 언젠가는 글로 써야만 하는 것인 듯 모든 일을 경험하는 누군가로 만들기 시작했다. (200쪽)

캠프에서의 밤 이래 일어난 모든 일들이, 추락에서 추락으로 이어져, 이 최초의 글쓰기로 귀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것은 글쓰기라는 안식처에 다다르기까지의 위태로운 횡단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라는 깨달음을 증명하는 이야기. 이런 것은 모두 우리를 안심시켜주는 믿음의 영역에 속한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깊이 우리 안에 깊이 배어들게 되어 있으나 그 진실을 사실상 밝혀내기가 불가능한 믿음. (202쪽)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삶을, 시간을 붙잡고 이해하며 즐기는 것.
이것이 이 이야기가 지닌 가장 커다란 진실일까? (203쪽)

글쓰기의 가능성이 많이지는 건 우리가 경험하는 그 순간 경험하는 것의 의미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211쪽)

어떤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닌 무시무시한 현실성과 몇 년이 흐른 후 그 벌어진 일이 띠게 될 기묘한 비현실성 사이의 심연을 탐색할 것. (211쪽)

20년 동안, 나는 책을 쓰려는 내 계획 속에 ‘58’이라는 숫자를 적는다. 그건 여전히 쓰지 못한 책이다. 언제나 뒤로 미뤄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구멍. (211쪽)


[저자 소개]
지은이
아니 에르노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40년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났다.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분담하는 부모 사이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통신대학 교수로 일했다. 1974년 자전적 요소가 담긴 『빈 옷장Les armoires vides』으로 데뷔한 이래,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작품으로 써냈다. 1981년, 여성으로서의 삶을 쓴 『얼어붙은 여자La femme gelée』를 발표하며 작품 세계의 전환을 맞았다. 1984년 『자리 La place』로 르노도 상을 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한 여자 Une femme』에서 자신의 작품을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8년 『세월 Les années』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전 작품들이 재조명되었다.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백수린
2011년 경향신문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 소설집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등 있고, 옮긴 책으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비』 외 몇 권의 그림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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