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질문으로 이어지는 첫 철학 공부
나를 나로 만드는 건 무얼까?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이며 이상적인 사회는 가능할까? 『자미아의 생각 공부』는 살면서 누구나 떠올리는 중요한 질문들을 풍부한 색채의 그림과 함께 생각해 보는 아름다운 철학책이다. 페미니스트 작가 자미아 윌슨이 세계 사상가들의 대답을 비교하고 계속 물으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철학 공부의 세계로 안내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진리를 알 수 있는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공동체와 개인은 어떤 관계인가 등 ‘큰’ 질문을 품었다. 어려서부터 질문이 ‘너무’ 많았던 저자 자미아 윌슨은 “왜 교과서에 나오는 사상가는 왜 대부분 유럽 출신 백인일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본격적인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지역 출신 사상가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대답을 곰곰이 비교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 가는 공부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혼과 본유 관념이 존재의 증명이라고 본 아비센나(이븐시나)와 르네 데카르트가 비슷하고, 볼테르와 소크라테스는 질문이 진리를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 보았다는 점에서 같았다. 어떤 사람에게 정의란 법률 조항에 담긴 것이지만 마틴 루서 킹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라고 보았다며 어떤 의견에 더 끌리는지 왜 그런지 계속 질문하라고 북돋아 준다. 글의 내용을 이미지화한 아름다운 그림이 모든 페이지에 펼쳐져 독자들을 끌어들이며, 미소 짓는 사상가들의 초상과 말들은 미적 감각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언제나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할 것, 그리고 자연스러운 호기심에 이끌리고 어른에게 지지를 받는 어린이들은 자기 자신과 친구를 가르칠 수 있다는 수가타 미트라의 주장은 첫 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따스한 조언이다.
『자미아의 생각 공부』는 초등 고학년을 위한 너머학교의 새로운 교양서 시리즈 ‘1013 생각교실’의 첫 책이다.
질문이 대답보다 훨씬 중요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인가 품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나는 누구인지, 왜 태어났는지, 죽은 후엔 어떻게 되는지, 내가 아는 것이 참인지 옳은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등등. 사춘기가 되거나 어떤 계기를 만나 나름대로 생각하여 자기만의 답을 서서히 만들어 가게 마련이다.
정체성, 삶, 진리, 문화, 창조성 등 5장으로 나누어 20개의 큰 질문을 담은 『자미아의 생각 공부』의 저자 자미아 윌슨은 삶과 우주에 대한 커다란 질문을 품고 있다면 누구나 철학자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왜 교과서에 나오는 사상가는 대부분 유럽 출신 백인일까 라는 질문을 품으면서 철학 공부를 시작한 자미아는 전 세계 다양한 지역, 고대에서 현대까지 수많은 사상가와 과학자, 예술가와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그들의 대답에 대해 곰곰이 따지고 또 질문을 던졌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지혜라는 공자와 질문에서 지혜가 온다는 소크라테스가 가장 강조한 질문의 힘은 20세기 중반 페미니스트 작가 퍼트리샤 힐 콜린스의 자유로운 사고의 힘은 진정 물어야 할 것을 묻는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온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아는 것 중에서 뚜렷한 증거나 추론에서 나온 것은 얼마나 될지, 의견 중 다른 이들에게서 받아들인 것과 공동체와 생활 환경에서 습득한 것은 무엇인지를 곰곰이 따져보다 보면 진리를 찾는 데 있어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찾아온 대답을 친절하고 자세히 들려주면서 그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묻는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의 말이라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사람이 모두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토론하며 서로 질문하는 것이 생각 공부, 철학이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위대한 사상가에게 배우자
『자미아의 생각 공부』에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세계 다양한 지역의 사상가와 작가, 예술가와 무하마드 알리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들이 등장한다. 이 책이 다루는 질문들이 그만큼 보편적이기도 하고, 자미아가 여러 사람들의 책을 잃고 그 생각을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의 대답은 아주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공통되기도 한다.
나를 다른 이가 아닌 나로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에피쿠로스는 뇌의 활동인 마음을,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는 자신에 대한 감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근대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과 모한다스 간디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강조했다. 인간에게 타고난 본성이 선하다고 본 플라톤과 애거사 크리스티, 반면 악하거나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본 사람도 있고, 인간이 타고난 자질과 특질이 있을 뿐이라 한 에이브럼 놈 촘스키 같은 사상가도 있다. 누구도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환생한다고 믿은 이슬람 철학자 루미와 우리를 떠난 것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J.K. 롤링의 생각은 다른 듯 통한다. 권투 선수이자 인권 운동가 무하마드 알리는 상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날개가 없다고 했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지식보다 상상이 중요하다고 한 반면 과학 소설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는 창의력과 지식을 함께 배우고 사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처럼 상상력에 대한 관점도 다채롭다.
거의 모든 쪽에 다정한 표정을 지은 사상가들의 초상과 핵심 사상을 담은 글을 말하듯 실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했다. 한편 다채로운 색채의 반짝이는 듯한 일러스트와 생생하게 움직이는 듯한 풍성한 디자인이 철학 공부의 첫 걸음을 즐겁고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 공부
『자미아의 생각 공부』는 인종과 젠더, 정의와 공정, 이상적인 사회와 우리 시대의 지식의 의미 등 새롭게 떠오른 중요한 질문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받는 메시지에 암묵적으로 따르도록 지침을 받고 성장하며, 여전히 불평등이 있어 젠더 정의를 위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또 학교 교실에서 외우는 미국 ‘국기에 대한 맹세’에 담긴 자유와 평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차별이 시정되지 않는데 왜 계속 맹세를 해야 하는지 질문하면서 겪었던 일, 한 흑인 선생님의 해고에 맞서 첫 시위에 나간 8살 때 경험을 통해 정의란 법전에 쓰인 문구가 아니며 살아 숨쉬는 유기체와 비슷하고, 공정과 정의가 같은 것이 아닌 이유도 쉽게 들려준다. 모든 아이가 자연스러운 호기심에 이끌리고, 격려와 돌봄을 주는 어른에게 지지를 받고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루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도 흥미롭다.
이처럼 책의 질문들은 더 많이 연결되고 더욱 복잡해진 사회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세대들에게는 꼭 필요한 철학 첫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글 자미아 윌슨
페미니스트 출판사의 이사이자 편집자예요. 「뉴욕 매거진」, 「뉴욕 타임스」, 「더 투데이 쇼」, 「틴 보그」, 「엘르」, 「리파이너리 29」, 「루키」, 「가디언」 등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는 운동가이자 작가이기도 해요. 쓴 책으로는 『어리고 재능 있는 흑인 어린이를 위한 책』,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시위를 응원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합니다』, 『혁명가를 위한 지도』 등이 있어요.
그림 안드레아 피핀
예술, 미디어, 대중문화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이미지를 열정적으로 창조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예요. 유색 인종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말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북돋는 데 전념하고 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 베스트셀러 컬러링 북 『나는 내 머리카락을 사랑해』와 대화형 저널인 『내가 되기』가 있어요. 또 잡지 「더 오프라 매거진」, 「스쿠프 매거진」, 「패밀리 서클」, 「더 허핑턴 포스트」, 「프리 피플」 등에 그림을 기고하고 있으며, ‘링컨 센터’,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문화 국립 박물관’ 등에서 의뢰를 받아 그림 작업을 했어요. 현재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지내고 있어요.
번역 김효영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곧 서로를 매혹하고 더 풍부한 역량으로 고양시킨다는 ‘역량으로서의 차이’ 철학에 매료되어 프랑스 현대 철학자 질 들뢰즈를 공부하고 있어요. 지금은 『차이와 반복』 이전부터 『천의 고원』 너머까지 이어지는 들뢰즈 사유의 전개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이전에 관심을 두고 썼던 논문으로는 「사건의 세 가지 개념들」, 「시간과 죽음」, 「들뢰즈의 비인칭적 죽음에 대하여」, 「바타유의 ‘에로티즘’ 개념에서 ‘죽음’의 의미」, 「1인칭 사유의 외부에서 윤리적 주체를 세울 수 있을까」 등이 있습니다.
[차례]
들어가는 글 4 읽으면서 항상 기억하자 6
1장 정체성
나는 누구야? 10
내가 존재하는 걸 어떻게 알아? 13
개인이 뭐야? 14
정말로 인종이 있어? 16
젠더란 게 뭐야? 18
2장 삶
우리는 왜 존재해? 22
죽으면 어떻게 돼? 24
타고난 본성이 있어? 26
왜 서로 사랑해? 28
3장 진리
신이 정말 있어? 32
진리가 뭐야? 34
옳고 그른 게 뭐야? 36
정의가 정말 가능해? 38
4장 문화
상상력이 뭐야? 42
자유가 뭐야? 44
이상적인 사회는 실현될 수 있어? 46
지식이 대체 뭔데? 48
5장 창조성
아름다움이 뭐야? 52
기억이 뭐야? 54
영혼이 진짜 있어? 56
너의 커다란 질문 또는 생각은 뭐야? 56
[본문 속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질문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가르쳤어. 또 자신에 대해 알게 될 때 비로소 삶이 어떤 의미나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오늘날의 인간 이해에 큰 영향을 주었어.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현명한 사상가’로 알려졌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어. 소크라테스는 지혜가 질문에서 온다고 믿었거든. 답을 모른다는 걸 깨닫고 던지는 질문에서 지혜가 생겨난다는 거야. 소크라테스는 학생들에게 토론을 장려했어. 토론을 통해서 학생들은 철학적 질문에 대해 완전한 답(또는 절대적 진리)을 구하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지 배울 수 있거든. - 본문 10쪽
인종은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실’이 아닐 수 있어. 그렇지만 인종주의는 여전히 세계적인 문제로 남아 있지. 인종주의는 17세기 유럽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사고방식이야. 식민주의와 노예 제도를 정당화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기 위해서 말이야. 인종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는 건 도움이 안 돼. 인종주의에 맞서 이야기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그래서 역사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거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며 잘못된 생각과 차별을 경계하고, 멈출 수 있거든. - 본문 16쪽
젠더는 무지개처럼 아주 범위가 넓어. 표현 방식도 다양하지. ‘남자’ 또는 ‘여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고, 꾸며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얽매이면 자기답게 살기 어려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있어? 사람을 젠더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건 누가 만든 규칙일까? 1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나라와 공동체에서 태어난 아이가 젠더 역할에 맞춰 살도록 강요받았어. 유리한 입장에 선 남자가 모든 젠더를 어떻게 대할지 결정하는 건 정말 불공평해. 비록 전 세계가 따른다고 해도, 그게 자연스럽고 옳다는 뜻은 아니야. 인류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표준도 아니고. - 본문 18쪽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아무도 정확하게 알려 줄 수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어. 누구도 아직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거든. 나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생각해 봤어. 아비센나의 말처럼, 영혼과 몸이 분리될까?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죽음 그 자체는 두려움의 대상이 결코 아닌 걸까? 죽음과 함께 우리의 의식도, 두려움도 끝날 테니 말이야.
가끔, 나는 13세기 이슬람 수피즘 철학자 루미의 말을 생각해. 루미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환생한다고 믿었지. 루미는 이렇게 말했어. “나는 흙으로 되돌아가 나무가 되었고, 나무로 산 다음에 동물이 되고, 동물로 산 다음에 인간이 되었다.” - 본문 25쪽
사랑은 과학자, 예술가, 철학자가 모두 관심 두는 주제야. 왜 우리가 사랑하는지, 왜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욕구가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어. 고대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는 “단 하나의 단어 덕분에 우리는 삶의 무게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라고 말했어. 노자는 “누군가로부터 진심 어린 사랑을 받으면 강해지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용감해진다.”라고 말했고, 볼테르는 “사랑은 본성에 의해 주어지고 상상력에 의해 장식되는 도화지와 같다.”라고 말했지. - 본문 28쪽
어떤 친구는 내가 그린 무지개를 보고, 과학 시간에 배운 스펙트럼에 따라 정확하게 그리면 좋을 거라고 제안했어. 나는 내가 느끼고 기억한 것을 그림으로 옮겼기에 색깔이 다르다고 대답해 주었지.
어떤 친구는 무지개를 흑백으로 표현한다면 훨씬 더 강렬할 거라고도 말했어. 색감은 보는 사람의 상상력에 맡기는 게 좋다고 믿었던 거야. 선생님은 우리가 모두 옳다고 말하고 다시 질문을 던졌어. “여러분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그림이 다른 친구의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의 가치가 덜해질까요?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하려면 모두가 똑같은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요?” - 본문 52-53쪽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여기는 것 중 어떤 것은 실제 기억과 달라. 과학자들은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사용하는 단어가 당시에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냈어.
작가 존 코트르는 뇌가 과거를 기록하는 특정한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어. 좋은 일은 완벽하게 좋은 일로, 나쁜 일은 훨씬 더 나쁜 일로 사실을 과장하는 거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러한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진실이고 참이라고 느끼는 것 또한 왜 편견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이해할 수 있거든. - 본문 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