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열정으로 빚은 날개
야구부 주장 강나래
[책 소개]
이야기 읽는 맛! 키위북스 고학년 동화 시리즈
<이야기열매>는 몸과 마음이 훌쩍 자라나 스스로에게 몰두하며, 세상을 보는 눈도 점점 달라지는 고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시리즈입니다. 내면의 나와 마주 하면서 세상과 이어진 나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또래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고민과 갈등, 꿈과 희망, 좌절과 방황 등 쌉싸름한 사춘기의 맛이 책 읽는 즐거움을 통해 새콤달콤 여물게 될 것입니다.
여자가 무슨 야구냐? 방송 댄스나 배워
학교에 야구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나래는 아빠와의 추억이 떠올라 몹시 설렜습니다.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아빠는 나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함께 캐치볼을 하며 야구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빠의 큰 손, 아빠가 생일 선물로 사 준 핑크색 글러브,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며 놀았던 따뜻하고 몰랑몰랑한 기억들. 달콤한 추억에 젖어 다시 야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여자가 어쩌고 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은 태식이었습니다. 원래 삐딱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말투인데, 나래는 유난히 화가 났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여자라서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하면서 망설이던 마음도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너나 방송 댄스 배워. 나는 여자라서 야구나 하러 가야겠다.”
나래는 야구부에 들기를 권유하는 성국이를 따라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나래는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장의 엄지척에는 뭔가 특별한 힘이 있다
야구부의 유일한 여자 선수라는 이유로 나래는 야구부 주장이 됩니다. 그래서 나래보다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데도, 실수를 할 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심한 비난을 받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 보지만 마음만큼 몸은 따라주지 않아 배트는 날아오는 공을 맞히지 못하고, 날아온 공은 글러브를 벗어나기 일쑤입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래는 야구를 그만둘까도 고민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야구라는 것을 깨닫고, 야구의 기본기인 체력부터 기르자고 마음을 추스르며 차근차근 노력합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비난 대신 칭찬이 그 자리를 채우고,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던 나래에게 야구 연습을 함께하는 ‘까치들’이라는 친구들도 생깁니다. 게다가 전국초등 야구대회에도 참가하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존재 자체가 별 의미 없던 그저 이름뿐이던 주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생깁니다.
“주장은 엄지척만 해 주면 돼. 우리 까치들도 엄청 힘들었잖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해내면 잘했다고 정말 멋지다고 엄지척 해 줘서 견딘 거야.”
나래는 친구의 조언대로 야구부 친구들을 위해 진심 어린 격려를 담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엄지척을 보냅니다. 가벼운 제스처에 지나지 않지만 노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낸 주장의 응원이기에 선수들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강나래, 이름처럼 강한 날개를 펼쳐라!
나래는 자신이 사춘기임을 인정하고 이 시기를 지혜롭게 보낼 방법을 스스로 찾고 노력할 정도로 조숙한 소녀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상상에 빠지고, 일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비밀일기를 쓰고, 나무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친구 삼을 수 있는 감성이 섬세한 소녀이기도 합니다. 이런 나래에게 사춘기라서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감정 말고도 감당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는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집을 떠나고 애써 씩씩한 척하는 엄마와 둘만 남겨집니다. 또 같은 반 대부분의 여자 친구들처럼 아이돌이나 예뻐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운동이 더 좋은 자신의 성향을 깨닫는데 이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친구들과 미묘한 갈등도 겪습니다. 이뿐 아니라 뜻하지 않게 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뜨고 사랑과 이별의 감정도 느낍니다.
몰아치는 시련에도 나래를 꿋꿋이 지탱해 준 것은 야구입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만, 야구에 몰입하여 성취감을 얻으면서 나래는 야구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게 됩니다. 아빠와는 별개로 큰 의미를 갖게 된 야구는 예속되어 있던 아빠에게서 나래를 분리해 자아를 성장시키지요. 또한 또래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여겨졌지만 나래가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나래는 야구를 통해 그 누구와도 똑같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다운 것의 가치를 깨닫고,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됩니다. 여자가 왜 야구를 하냐고 묻자 나래는 말합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난 야구가 좋아. 날 멋지게 만들어 주거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탐구하고 몰두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값진 시절을 지나고 있는 모든 나래들에게 작가는 응원을 전합니다.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동화 속 강나래의 ‘야구’와 같은 어떤 것을 발견하기를, 그로 인해 강한 날개를 달고 세상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기를 말입니다.
[작가 소개]
글 허윤
책 읽고 영화 보고 산책하는 일상을 좋아합니다.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길, 더 낭만적이고 따뜻한 사람이 되길 기도합니다. 독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기획, 편집, 창작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창작동화 《내 꿈은 방울토마토 엄마》(2014 세종도서·초등교과서 수록)와 《내가 진짜 홍길동이다!》가 있습니다.
그림 오하나
나래가 야구로 성장 중이듯이 다양한 이야기를 지어 그림책으로 그리며 성장 중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우리 동네 달걀왕》, 《할머니의 비밀스러운 취미생활》, 《달달해요》가 있고, 쓴 책으로 《호박배의 선장, 재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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