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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1948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2-08-26 14:13:51

소설을 통해 마주하는 제주4.3사건의 진실

섬, 1948


 

 

 

[도서 소개]

바람청소년문고 15권. 해방 초기 제주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저녁밥을 먹고 한참이 지난 밤, 기욱이 방문을 열었다. 진숙은 잠투정하는 아이 가슴을 토닥이며 어딜 가냐 물었다. 제주 읍내에서 경찰이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았단 소문이 파다한 터라 걱정이었다. 그런 진숙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기욱이 진숙의 옆에 앉았다. 물끄러미 딸 명옥이를 보던 기욱은 명옥이 만큼은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주고 싶다 말했다. 그리고 일어섰다. 단호한 눈빛에서 의지를 읽은 탓일까, 진숙은 밖으로 나서는 기욱을 더는 말리지 않았다. 

기욱이 나가고 꼬박 하루가 지났다. 기욱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애가 탄 진숙은 딸 명옥을 앞세우고 순이네 집으로 향했다. 명옥의 친구 순이 아빠는 일제 치하에서 경찰 앞잡이 노릇을 했다. 기욱이 몹시도 경멸했고, 마을 사람들 모두 좋게 보지 않았다. 진숙도 얼굴을 맞대는 게 마뜩잖았으나 기욱 소식을 아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써 찾아간 집에 순이 아빠는 없었다. 힘없이 도로 돌아오는 길, 집 문 앞에 신발이 놓여 있는 걸 보았다. 기욱일까 싶었으나, 그의 여동생 순욱이었다.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제주 읍내 은행에서 일하던 순욱이 오빠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오빠는 간밤에 사라져 연락이 끊겼다. 

며칠 뒤 아침, 순사가 찾아와 몇 가지 조사할 게 있다며 진숙을 데려갔다. 순욱이 명옥과 함께 집에 있는데, 또 누군가 찾아왔다. 문을 연 순욱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군인이 서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기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출판사 서평]

역사를 들여다보다

 

사물을 보는 것과 들여다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몸을 기울여 사물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는’은, 그저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기울여 자세히 살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그저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 역사는 어떤 각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누군가 역사를 왜곡하고자 비틀어 놓았다면, 후대에 제대로 살펴보지 않을 경우 진실과 다른 방향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새끼들이! 너희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헌병 대장이 피범벅이 된 침대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비릿한 피 냄새가 안 그래도 후텁지근한 방 안 공기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더는 사람들이 죽게 놔둘 수 없습니다.”

문상길이 군기 대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 9쪽

 

<섬, 1948>은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역사 소설이다. 아름다운 제주도에 이러한 비극이 있었는지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단순히 빨갱이를 소탕한 사건으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비극을 겪고 난 사람들의 외침이 있었고, 그 역사를 들여다보고자 노력한 이들이 있어서, 비로소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상처와 슬픔으로 가득한 우리의 역사. 오롯이 마주하고 들여다보며,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할 일이다. 

 

사건의 전후 사정을 헤아리다

 

<섬, 1948>에는 눈에 띄는 특이점이 있다. 그것은 한쪽 편에 서서 사건을 바라보지 않는 중립성이다. 일견 이야기 속 상관의 무자비한 폭력 행태 등을 묘사한 부분 등이 어떻게 중립적이라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에 대한 경시를 한탄하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제주 도민에게 빨갱이 누명을 씌우고 폭력을 서슴지 않았던 서북청년단의 장동춘. <섬, 1948>은 그가 어째서 그토록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변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보다 극적인 연출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다. 그것은 제주4‧3사건의 본질이, 순수하게 악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일이 아니라 서로의 이념과 사상이 깊게 틀어지면서 벌어진 사건임을 말하는 것이다. 다만 슬프게도 힘을 가진 쪽이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는 듯 반대되는 세력은 물론 무고한 도민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동춘은 산을 헤매고 다녔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데리고 아내 스스로 길을 나섰을 리 없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며칠이나 산을 헤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아들의 행방을 알아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장동춘은 이를 악물었다. 소리 죽여 울음을 삼켰다. 결국, 장동춘은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 53쪽 

 

<섬, 1948>은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던 제주 초토화 작전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독자가 4‧3 사건의 전후 사정을 쉽게 헤아릴 수 있도록 돕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덧붙여 사건이 발생한 뒤 더 큰 피해를 막고자 노력했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제1호 사형집행이라는 기록 이면에 존재했던 그들의 고뇌와 선택을 들여다보게 한다. 

 

괴물,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형되다 

 

<섬, 1948>에는 사람을 장난감처럼 다루고,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서북청년단이 등장한다. 그들은 잔인한 괴물이었고, 시대가 만들어 낸 악마 같았다. 세상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사라졌을 거라 생각한 괴물. 그러나 그 괴물은 환경이 바뀌면서 그 형태와 이름을 바꾼 채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나는 빨갱이입니다. 잘못했습니다.’ 하고 외치면 살려주겠다.”

등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사내들이 낄낄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저희끼리 웃고 떠들었다. 아이들은 차가운 겨울 바다에 서서 벌벌 떨고 있었다. 바닷물이 발에 닿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 추위를 참지 못하고 한 아이가 소리쳤다. 

“나…, 나는 빨…, 갱이입니다. 잘못… 억!”

아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바닷물로 고꾸라졌다. 아이 등에는 죽창이 꽂혀 있었다. 

- 111쪽

 

괴물 같은 인물은 과연 시대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 오늘날에도 이런 괴물은 종종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만든다. 친구를 왕따시키고 폭행한 가해자들의 모습이 저 서북청년단과 같지 않을까?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가 바닷가에 선 아이들의 모습과 닮지 않았을까? 

<섬, 1948>을 통해 지금과 견주어 보며,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역사는 어떻게 흘러 왔는지 그와 다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지금 무얼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섬, 1948>에는 단순한 제주의 아픔만 녹아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통해 오늘의 사회를 돌이켜보고 재정비할 수 있는 실마리가 숨어 있다. 

 

1948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시간의 흐름은 환경과 인물의 외양만 바꿀 뿐 탐욕과 그릇된 행동은 막지 못한다는 뜻이다. 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역사를 배우지만, 그저 보고 암기만 할 뿐 공감과 성찰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 ‘제주 4.3 민중 항쟁’을 기억해주십시오. 희쟁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기억에서 잊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175쪽 작가의 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애쓰고, 알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을 반성하고, 나아가 참혹했을지라도 오롯이 기록하는 것은, 같은 역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같다. <섬, 1948>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아는 것에서 나아가 공감하고 성찰하며,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통합하여 살피는 시선을 키울 수가 있다.   

 

 

[목차]

1. 총성… 6

2. 밤마실… 11

3. 명령 그리고 만남… 27

4. 서북청년단… 48

5. 빨갱이 사냥… 66

6. 남겨진 신발 한 짝… 85

7. 횃불… 113

8. 깨지는 평화 협상… 130

9. 이별, 그리고… 146

10. 또 다른 총성… 170

11. 작가의 말… 174

 

 

[저자 소개]

글쓴이 심진규

1976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다. 교사가 되고 나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딱히 동화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인지 공모전마다 낙방하기를 4년. 마지막이라고 마음먹고 보내는 동화가 201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걸 좋아하는 철없는 선생, 방학에만 글을 쓰는 간헐적 작가. 장편동화 <강을 건너는 아이>, <안녕, 베트남>, <조직의 쓴맛>, 단편동화집 <아빠는 캠핑 중>, 다른 작가들과 함께 쓴 책 <우산의 비밀>, <달콤한 사물함>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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