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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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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8-26 10:55:16

광활한 대지와 비극의 역사를 지닌

슬라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책!

슬라브, 막이 오른다

 



[책소개] 
슬라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책
우리는 ‘슬라브’를 잘 모른다. 슬라브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슬프게도 아우슈비츠 학살, 프라하의 봄, 체르노빌 참사, 보스니아 내전, 우크라이나 침공 등 모두 어두운 핏빛의 단어들이다. 저자 김주연은 이처럼 핏빛으로 얼룩진 역사를 보듬으며 그 속에서도 ‘수레국화’와 같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슬라브인들의 문화에 관해 이야기해 준다. 오스만 제국, 히틀러의 독일, 그리고 소비에트와 현재의 러시아처럼 너무도 강력하고 전제적인 이웃을 둔 이유로 항상 신음해야 했던 민족의 경험이기에, 우리 독자들에게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에서처럼 작가는 『슬라브, 막이 오른다』에서 역사를 문화, 예술과 함께 소개한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쇼팽, 드보르자크, 스메타나의 음악과, 알폰스 무하의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살의 이야기 속에서도 정치와 예술을 아우르는 거인 바츨라프 하벨의 행보, 체코의 국민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맥줏집, 미래를 내다본 선구적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로봇’을 전한다. 또한 갈등과 분쟁의 역사 속에서도 에밀 쿠스트리차의 ‘지하실 사람들’,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강의 다리’를 이야기한다. 슬라브 문화권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곳에서 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그 어둠을 밝히고 위로하는 꽃송이고, 덕분에 우리도 위로받게 된다. 우리 앞에 그렇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러나 우리를 닮은 세계의 ‘막이 오른다’.

가깝지만 먼 유럽, 슬라브 
슬라브는 게르만, 라틴과 함께 유럽을 이루는 주요 민족 중 하나로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지만, 서유럽 문화가 강세인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사실 지리적으로 서유럽이나 북유럽보다 가까운 거대한 문화권임에도 불구하고 슬라브와 우리의 심리적 거리는 멀다. 이 지역이 냉전 시기, ‘철의 장막’이라 불린 공산주의 진영에 속해 있어 문화적으로 교류가 적었던 데다, 서유럽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진 경향이 없지 않다. 

피와 눈물, 그리고 이야기의 땅 
슬라브 문화권의 나라들은 오랜 세월 굴곡 많은 역사를 겪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자리하다 보니 양쪽에서 수많은 침략을 받았고,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권의 경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국경이 수도 없이 바뀌고, 몇몇 나라들은 아예 국가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강하고 뜨거운 슬라브족 특유의 기질이 더해져, 수많은 갈등과 내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굵직한 전쟁만 추려 봐도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암살과 제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 된 나치의 폴란드 점령, 20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손꼽히는 보스니아 내전 등이 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피와 눈물의 역사로 점철된 지역이지만, 슬라브는 또한 그 어느 지역보다 이야기와 예술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민족주의 음악가들, 20세기 연극과 영화를 주름잡은 거장 등, 이 지역은 동유럽 문화예술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인간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갈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라브 지역의 예술이, 특히 이야기가 그토록 발달한 이유는 이들이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역사와 현실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슬라브의 수많은 이야기에는 언제나 웃음 뒤에 눈물과 한숨이 뒤섞여 있다. 이 책은 광활한 대지의 여러 나라로 이루어진 슬라브 문화권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슬라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책이다. 특히 연극을 전공한 저자의 특성을 살려 희곡과 무대화된 이야기들, 스크린으로 옮겨 간 이야기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동슬라브, 서슬라브, 남슬라브로 이루어진 21개의 챕터들은 개별적인 한 나라 혹은 한 작품을 소개한다기보다는, 하나의 도시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그에 대한 기억할 만한 이야기들을 함께 엮어서 들려준다. 이 모든 것이 이어져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하나의 ‘막이 오르듯’ 슬라브 예술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김주연 지음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공연예술전문지인 월간 『객석』에서 6년간 연극 기자로 일했다. 이후 연극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남산예술센터에서 국내 최초의 극장 드라마터그를 역임했다. 현재 연극평론가와 드라마터그, 그리고 연극연구자로 활동 중이며, 러시아 예술과 슬라브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글쓰기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피와 이야기의 땅, 슬라브>
슬라브, 유럽의 3분의 1_우리와 가장 가깝고도 먼 유럽
슬라브 3형제의 전설_동슬라브, 서슬라브, 남슬라브
슬라브 무곡과 슬라브 서사시_가장 슬라브적인 것을 향하여

<동슬라브: 하필이면 러시아 옆이라>
가장 비옥한 땅에서 굶어 죽은 사람들_우크라이나 홀로도모르
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스토커_폐허의 땅을 찾는 사람들
비텝스크와 바비 야르_샤갈의 마을과 죽음의 계곡
오데사의 계단_혁명에 불을 지핀 항구 도시

<서슬라브: 죽도록 죽도록 아름다운>
블타바강을 따라 걷는 프라하_하벨과 카프카, 흐라발의 흔적들
프라하 유대인 지구의 전설_골렘이 로봇이 되기까지
바츨라프 광장의 불꽃_프라하의 봄과 체코 민주화 운동
리디체를 기억하라_새벽의 7인이 남긴 비극
‘피아니스트’의 도시 바르샤바_골목골목 만나는 쇼팽의 선율
브로츠와프의 난쟁이와 거인_그로토프스키의 연극적 유산
크라쿠프의 쉰들러 공장_독일인, 유대인, 그리고 폴란드인

<남슬라브: 슬픔과 눈물의 ‘빵빠레’>
하얀 도시 베오그라드_유고슬라비아와 세르비아의 수도
비셰그라드와 드리나강의 다리_발칸 400년 역사의 대서사시
사라예보의 장미_20세기 최악의 전쟁, 보스니아 내전
모스타르의 십자가_무슬림 박해와 스레브레니차 학살
달마티아 해안의 도시들_황제와 영웅, 그리고 요정이 사는 곳
노비 자그레브와 스코페_유고슬라비아 도시 계획이 남긴 풍경

<에필로그>
핏자국과 수레국화

[책 속으로]
체르노빌에서는 문제 하나를 해결할 때마다 목숨 몇 개가 필요한지를 결정해야 했다. 너무 위험한 일이었기에 명령은 곧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원자들이 나타났고,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면서 임무를 수행했다. 그날, 그곳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소방관과 구조대원, 광부와 군인들…… 이들이 없었다면 몇 배는 더 끔찍한 지옥이 펼쳐졌을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체르노빌의 영웅이자 전설이다. (동슬라브_‘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스토커’ 중에서, 49쪽)

리디체라는 마을은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저렇게 다양한 국적을 지닌 리디체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가며 그 이름과 생명력을 이어 가고 있다. 엄청난 무기와 폭력으로 한 도시를 물리적으로 파괴할 수는 있어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과 정신은 결코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리디체의 비극에서 새삼 확인하게 된다. (서슬라브_‘리디체를 기억하라’ 중에서, 116쪽) 

현재 쉰들러의 공장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장 입구에는 쉰들러 리스트로 살아남은 유대인들의 이름과 사진이 온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자는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격언이 절로 떠올랐다. 그가 구한 세상이 바로 저곳에 있었다. (서슬라브_‘크라쿠프의 쉰들러 공장’ 중에서, 142쪽)

매우 비극적인 역사를 지닌 땅이지만, 남슬라브 민족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흥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쟁과 참혹한 내전, 죽음이 삶보다 더 가까웠던 시대에서도 이들은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예술을 끊임없이 만들어 냈고,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노래와 춤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그들의 삶에도 녹아들어 있다. (남슬라브_‘하얀 도시 베오그라드’ 중에서, 158쪽)

너무 늙어버린 미래와 새로 지은 빛바랜 역사. 노비 자그레브와 스코페는 마치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각기 다른 차원에서 기이한 공간 체험을 선사하는 도시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두 도시를 가득 채운 콘크리트 건물들은 오늘도 수많은 방문자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남슬라브_‘노비 자그레브와 스코페’ 중에서, 207쪽)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중 무시무시한 고문관 드로바츠는 여배우와의 대화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와 불행한 현재에 대해 털어놓게 되고, 암흑 속에 헤매고 있다는 그에게 여배우는 어둠을 비춰 줄 예쁜 수레국화 한 송이를 건넨다. 피로 얼룩진 슬라브의 역사가 드로바츠의 걸음마다 따라다니는 핏자국이라면, 이곳에서 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그 어둠을 밝히고 위로하는 한 송이 수레국화와도 같다. 이 책은 그렇게 광활한 대지와 비극의 역사를 지닌 슬라브 땅에서 찾아낸 수레국화 같은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에필로그_‘핏자국과 수레국화’ 중에서,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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