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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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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6 10:20:32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에 차려진 밥상

그 진한 맛, 지워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연대의 밥상

 

 

 

 

 

[책 소개]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에 차려진 밥상

그 진한 맛, 지워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저녁이 되면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는 을지로 노가리골목. 인쇄소와 공구상이 밀집해 있던 이곳이 ‘힙한’ 핫플레이스가 되기까지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맥줏집 ‘을지OB베어’는 2022년, 자본에 힘에 밀려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아는 사람만 알던’ 그 가게들은 ‘더 많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귀신같이 냄새를 맡은 자본에 의해 사라지고는 했다. ‘서울 미래유산’, ‘백년가게’에 선정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현포차거리가, 궁중족발이, 노량진수산시장이 그렇게 철거되었다. 자본이 철거를 낳고, 철거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세상, 자본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세상이지만, 골목은 우리 모두의 소유라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우리의 이웃들과 연대해온 기독교 도시운동단체 ‘옥바라지 선교센터’의 이종건 사무국장. 그가 을지OB베어, 아현포차, 궁중족발, 노량진수산시장 등 철거의 현장에서, 그리고 삶의 주요 순간에서 연대하며 맺은 인연들과 나눠 먹은 밥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된 시간을 버티며 두려움의 문턱을 넘어 함께하는 밥 한 끼, 낯설고 슬퍼 보이는 풍경 사이로 따스함이 넘실거리던 순간들을 소개하고, 우리 이웃과 세월의 한숨이 곳곳에 서려 있는 이 도시에서 자본에 맞서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단골 가게를 잃어본 적 있나요?  

여느 날처럼 자주 들르던 단골 가게에 갔다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왜 메모 한 장 남기지 않았을까. 그동안 우리가 나누었던 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나, 서운한 마음이 들려던 순간, 제 손으로 꾸린 공간과 애써 만든 단골들을 뒤로하고 떠난 마음보다 내 마음이 더 아플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더 자주 단골 가게에 가지 않았던 자신을 탓하며 허무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대도시 서울,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 앞에 놓이지 않은 동네 어디 있을까? 무슨무슨 길 이름이 새로 붙을 만큼 떠오르는 상권을 일구기까지는 손님들을 불러모은 소상공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지만 거대 기업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 힙플레이스라는 허울을 한꺼풀 벗기고 나면 가게를 빼앗기고 일터를 빼앗기고 그리하여 삶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에 차려진 밥상

이종건 작가는 기독교 도시 운동 단체인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사무국장이다. 대학교 재학 때부터 도시 빈민 운동을 시작한 그는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장마다 함께하는 활동가가 되었다. 서대문형무소 건너편 옥바라지 골목 철거 현장에서부터 시작해 아현 포차 거리, 궁중족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을지OB베어까지 철거 투쟁의 현장마다 다니며 연대했다. 그 현장에서 빠질 수 없었던 것은 폭력에 맞선 피땀과 눈물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과 함께한 매 끼니의 밥상이다. 겨울의 석화, 작은 거인의 잔치국수, 족발집 씨간장과 버려졌던 곱창, 모란공원의 빠다코코낫과 한 그릇의 순댓국. 다양하고 맛깔진 음식 이야기가 투쟁 현장마다 그득하다. 

 

삶이 걸린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연대한다는 건 결국 “서로 관계하는 일이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라는 이종건의 말은 그가 먹고 차려낸 수많은 밥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 거칠고 세간 하나 마땅치 않은 투쟁의 현장에서 어떻게든 서로의 주린 배를 채워주려 매 끼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그리하여 서로의 삶에 기꺼이 간섭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의 단골 가게들을 지켜왔다. 쉽게 내려진 강제철거 명령 앞에서, 동원된 용역 깡패들의 무참한 폭력 앞에서, 서로의 팔짱을 끼고 버틸 수 있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쫓겨나지 않는 세상이다. 집이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닌 세상이다. 이웃과 밥 한 끼 먹는 일이 어색하지 않고 맛있는 동네 맛집을 문턱 닳도록 다니는 세상이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언제까지 개발과 자본의 논리로 동네 가게들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낼 건지, 이 모든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도 되는 건지. 건물주에게 묻고 정치인에게 묻고 사회에 물어야 한다. 여기 따뜻한 연대의 밥상에서부터 그 질문을 시작하자. 

 


[저자 소개]

지은이 이종건

신학대학원을 다니는 전도사이면서 사회선교단체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선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처음 ‘빈곤’을 마주했고, 이후 곳곳의 철거 현장에 연대하며 그 일을 업으로 삼았다. 집을 빼앗기고 생계의 터전인 가게를 잃었으면서도, 천막 농성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밥은 먹었어요?”라고 묻는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린이 곰리

일기를 쓰듯, 여전히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기억하기 위해 그린다. 신학을 공부하던 중 소외받는 이들을 마주했고, 이들의 시선을 그림에 담고자 한다. 확실한 자리 하나 만들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지만, 숱한 순간들이 모이면 언젠가 우리 안에 평화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으며 산다.

 

 

[추천의 글]

침탈의 두려움에도 뜨거운 음식 한 그릇의 미각을 이토록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낙관의 힘이 아니었을까. 단숨에 읽고 나면 그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단 한 그릇의 음식을 나누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음식이 더 귀하고 맛있게 보이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_ 박찬일(요리사)

 

요즘 세상에 ‘연대’라는 말만큼이나 진부하고 힘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종건은 꿋꿋하게 연대의 밥상을 차렸고, 육지고 슴슴한 손맛이 사라질까 부러 차려달라 보채며, 이웃들 곁에서 먹고 마셨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 심장은 뜨끈해졌건만 끝내 눈물이 차갑게 흐른다.

_ 정은정(《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

 

투쟁 얘기인가 했더니 음식 얘기고 음식 얘기인가 했더니 인생 얘기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전도사가 도시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우는 이들과 함께 차리고 먹어온 밥상의 연대기를 읽다 보면 배가 고파온다. 고픈 것은 함께 사는 삶이다. 우리가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는 곧 우리의 존재를 결정한다. 당신은 오늘 누구와 밥상에 함께 앉아 있는가?

_ 장혜영(정의당 국회의원)

 

지난날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가니 나도 모르게 눈앞에 맛깔스러운 한상차림이 펼쳐졌다. 그와 함께하며, 아주 사소한 관심과 소통에서 시작되는 연대의 힘을 알게 됐다. 궁지에 몰려 절망만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옆에 있어주고, 포기하지 않게 오롯이 편이 되어주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된다. 이 책에는 그렇게 힘이 되던 순간들이 음식과 함께 곳곳에 펼쳐져 있다.

_ 윤경자(본가궁중족발 대표)

 

 

[차례]

1 농성장 철문 안쪽에서 굴을 까먹던 어느 겨울밤

2 누군가의 속을 달래고 있을 아현동 ‘작은 거인’의 잔치국수 

3 철거된 수산시장과 겨울 회, 이대로 지워지면 안 되는 존재들

4 밖으로 내던져진 족발집 씨간장, 새 문을 열고 다시 끓다

5 우리는 곱창같이 버려진 것들의 몸부림에 빚을 지고 산다

6 우리 삶 깊숙이 배어 있는 치킨의 기름내

7 외로운 현장에서 보리굴비 밥상까지, 이어지는 연대의 인연

8 사라다와 땅콩을 씹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9 조용조용 씹어 넘기던 모란공원 빠다코코낫의 단맛 

10 삼계탕을 추억하며, ‘연대의 밥상’을 생각하며 

11 단골집의 문간은 30년이 지나도 평등하다

12 불광동 골목, 대가 없는 노력의 맛

13 자존감을 지키는 일은 순댓국 한 그릇에서부터

14 천막 성찬의 사워도우와 거저 받은 일상의 소중함

15 누군가와 살아갈 자격은 모두에게 있다

16 가지를 볶으며, 함께 만드는 농성장의 끼니를 생각한다

17 그래서 죽순은 식탁에 오른다

18 맛있는 라면의 기억은 ‘멋’에 좌우된다

19 두릅의 맛을 아는 사람

20 갈등과 야만의 오늘, 누군가는 변함없이 만두를 빚는다

21 일상의 쫄면과 맥주를 지키는 일

22 서브웨이 샌드위치 같이 먹는 사이

23 “집행 중지! 집행 중지!” 망친 김치전도 맛있던 그날

 

에필로그 

 

 

[책 속에서]

어떤 밥상은 일상을 되찾아 열심히 노동하는 이의 피와 살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밥상은 여전히 천막 아래 반찬 몇 개와 소주로 쓴 마음 달래며 먹먹한 밤을 보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_ 19쪽, ‘농성장 철문 안쪽에서 굴을 까먹던 어느 겨울밤’ 중에서 

 

여느 날과 같았던 어느 새벽 6시, 구청 직원과 용역을 동원한 강제집행이 있었다. 30년 자리를 지켜온 포차의 얇은 합판이 포클레인질 한두 번에 모조리 무너진다. 나뒹구는 식기 사이로 늙은 상인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날은 밤을 지새운 술꾼도 없다. 철거는 짧았다.

_ 27~28쪽, ‘누군가의 속을 달래고 있을 작은 거인의 잔치국수’ 중에서

 

연대는 결국 서로의 삶에 참견하는 일이다. 당신의 고통이 나와 맞닿아 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끼어드는 일이다. 밥상을 차리고 나누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서로에게 관여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 밥을 먹는 행위일 것이다.

_ 177쪽, ‘가지를 볶으며, 함께 만드는 농성장의 끼니를 생각한다’ 중에서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선 어떤 밥상의 사정들은 힘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상식으로 여겨지던 것을 흔들어놓는다. 몇 년 전이라면 당연히 쫓겨나야 될 가게들, 당연히 이사했어야 하는 집들이 다시 몇 년을 살 수 있게 되기까지 숱한 몸부림들이 있었다.

_ 63쪽, ‘우리는 곱창같이 버려진 것들의 몸부림에 빚을 지고 산다’ 중에서

 

연대한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공허함에 웅크린 나를 욱여넣고, 그렇게 내 가슴에도 무언가 채워 넣는 것이다. 그렇게 스며들어 서로의 살과 피가 되는 일이다. 서로 관계하는 일이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다.

_ 108쪽, ‘삼계탕을 추억하며, ‘연대의 밥상’을 생각하며’ 중에서

 

그렇게 골목이 사라지고 나면 못내 아쉬워 한숨만 쉬고, 기별도 없이 떠난 가게에 섭섭해했던 시간들이 있다. 서울은 그 한숨이 한데 모여 한이 된 곳이다. 밟고 있는 모든 땅, 쫓겨난 가게와 사람들, 그들을 사랑했던 손님과 이웃들의 한숨이 한 줌씩은 서려 있는 곳이다.

_ 119쪽, ‘단골집의 문간은 30년이 지나도 평등하다’ 중에서

 

너무 짧은 시간 동안 거대한 물리력을 집약적으로 좁은 곳에 쏟아붓는다. 보존이니 생존권이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이야기들을 한 번에 뭉개야 뒷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간단치 않다. 쫓겨나는 사람의 사정은 종이 한 장에 압축되는 법이 없고 그리 쉽게 뭉개지는 법도 없다.

_ 151~152쪽, ‘천막 성찬의 사워도우와 거저 받은 일상의 소중함’ 중에서

 

우리의 도시는 수없이 많은 거저 주어진 것들에 빚을 진 채 살고 있다. 나의 하루는 어떤 이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고 있다. 그 노동이 모두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으니 오늘의 하루는 거저 받은 것이라 생각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수치화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한 골목과 동네, 나아가 도시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갔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흔적은 뭘 어떻게 해도 숫자로 남지 않는다.

_ 154쪽, ‘천막 성찬의 사워도우와 거저 받은 일상의 소중함’ 중에서

 

나는 묻는다. 우리에게 쫄면을 먹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는지. 맥주와 노가리를 지키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는지. 3대 사장과 수다를 떨며 새벽을 보냈다. 너스레를 떤다. 요즘은 사람도 100년을 산다는데, 을지OB베어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꼭 인생 마지막 맥주를 마시겠노라고. 실없는 소리에 밤이 깊어간다. 술꾼들아, 단골 가게를 지키자.

_ 241쪽, ‘일상의 쫄면과 맥주를 지키는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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