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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권당 소녀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2-07-20 10:02:20

김소연, 윤해연, 윤혜숙, 정명섭 역사테마소설집

만권당 소녀



 

청소년 역사테마소설집 『전사가 된 소녀들』을 함께 썼던 네 명의 작가가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역사·여전사’에 ‘진로·직업’을 더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과학 수사관, 엔터테이너, 군인 등 오늘날 실존하는 직업들이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고려시대부터 조선과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고난과 도전, 저항이 ‘진로 탐색’이라는 청소년기의 고민과 만나면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고려부터 대한민국까지,

역사의 거대한 파고에 맞서

꿈과 희망을 위해 전사가 된 소녀들! 

 

고려와 조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테마소설집. ‘여전사’를 주제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 낸 『전사가 된 소녀들』의 작가들이 이번에는 ‘역사’와 ‘여전사’에 ‘진로, 직업’을 더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과학 수사관, 엔터테이너, 군인 등 오늘의 직업이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작은 도전이 세상을 움직인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흉내 내는 건 싫어.”

고려의 일러스트레이터 ‘국이’,「만권당 소녀」(윤해연) 

원나라의 내정간섭으로 폐위되었다가 복위된 충선왕은 연경에 ‘만권당’을 세운다. 일종의 독서당이었던 만권당은 온갖 책을 수집하고 원의 문사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학문과 신문물을 고려에 전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곳에 주인인 대감마님을 따라 온 국이는 잔심부름을 하는 틈틈이 만권당에 온 학자들의 얼굴을 남몰래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만 국이의 그림들이 발각되고 만다. “그림을 그린 게 무슨 죄라고 나를 쫓아낸다는 거야? 내가 왜 용서를 빌어야 해? 난 잘못한 게 없어.” 

 

“누구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제 일인 걸요.”

조선의 과학 수사관 ‘이설’, 「다모 백이설」(윤혜숙) 

“너 포도청 다모로 가겠느냐? 싫다면 말해라.” 싫을 리가요! 얼마나 원하던 일이었는데. 포도대장과 종사관의 심사를 거쳐 드디어 진짜 다모가 된 이설. 이제나저제나 사건현장에 나갈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 포졸 장씨가 이른 새벽 이설의 방문을 흔든다. 빈사 상태의 아이가 한쪽 발목이 잘린 채 청계천 둑에 버려져 있었다는데.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잔혹한 짓을 한 거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

조선의 엔터테이너 ‘상희’, 「책 읽어 주는 상희」(정명섭)

한양 최고의 전기수인 어판수를 보기 위해 오늘도 상희는 혜정교로 간다. 손짓, 발짓, 한숨 등, 어판수의 습관을 모두 알고 있는 상희의 꿈은 바로 조선 최고의 전기수가 되는 것. 그런 상희에게 어판수는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를 아무리 좋아해도 여자에게 들을 생각을 하지는 않는단다. 여자는 절대 전기수가 될 수 없어. 얌전히 지내다가 시집이나 가거라.” 하지만 끈질기게 조르는 상희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다. 백사실 계곡 시회에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면 제자로 받아주겠다는 어판수! 상희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어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군인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해군 ‘성옥’, 「어느 소녀병의 편지」(김소연) 

제주를 떠나 진해에 있는 해군에 자원입대한 성옥은 오늘도 편지를 쓴다. 하나뿐인 동생 성태를 맡아 준 작은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런데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면 우리 모두의 앞날이 평탄해질” 것이고 “하늘 아래 고개 빳빳이 쳐들고 다닐 수 있다”는 성옥. 성옥은 어쩌다 부모와 오빠를 한날 한꺼번에 잃었을까. 왜 핏줄이라고는 하나뿐인 동생을 두고 자원입대를 선택한 걸까? 제주4·3에서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한 소녀의 절절한 고백으로 펼쳐진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선, 소설로 만나는 진로 탐색

 

세상의 모든 역사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만들어 온 것임에도 여성의 흔적을 정치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담아 낸 사료는 매우 드물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한국사를 공부해 온 네 명의 작가가 머리를 맡댔다. 역사테마소설집 『만권당 소녀』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이 소설적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허구임에도 충분히 있을 법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바로 역사적 기록과 사실관계에 기반하여 쓰여졌기 때문이다. 또 고려시대부터 조선과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주인공들의 고난과 도전, 저항의 여정이 ‘진로 탐색’이라는 청소년기의 고민과 만나 더욱 흥미롭게 펼쳐진다.

 

 

[작가 소개] 

김소연 

역사와 SF 장르의 융합을 공부하며 오늘과 이어진 어제와 내일을 상상하고 고민한다. 기후위기와 4차산업혁명의 도래를 걱정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한반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과거와 미래는 오늘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연결되며 오늘은 어제와 내일을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공모전과 창비좋은어린이책 공모전에 당선되었으며 역사동화 『명혜』와 『꽃신』으로 이름을 얻었다.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지원 예술인에 선정되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특이점』, 『반반 무 많이』, ‘헬조선 원정대’ 시리즈 등과 공저 『전사가 된 소녀들』, 『격리된 아이』 등이 있다. 

 

윤해연

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우리 집에 코끼리가 산다』, 『뽑기의 달인』,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그까짓 개』, 『우리는 자라고 있다』 등과 공저 『일인용 캡슐』, 『외로움의 습도』, 『전사가 된 소녀들』 등이 있다. 

 

윤혜숙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 소설 창작 과정에 선정됐으며, 한우리청소년문학상과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두 차례 받았다. 지은 책으로 『뽀이들이 온다』, 『계회도 살인 사건』, 『괴불주머니』, 『말을 캐는 시간』, 『보호종료』 등과 공저 『격리된 아이』, 『광장에 서다』, 『대한독립 만세』, 『전사가 된 소녀들』 등이 있다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추리소설과 역사소설, 좀비, 역사 인문서, 청소년 소설과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부산 국제 영화제 NEW 크리에이터 상을 수상했다. 2019년 『미스 손탁』이 원주 한 도시 한 책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무덤 속의 죽음』으로 2020년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그 외 『남산골 두 기자』, 『사라진 조우관』, 『어린 만세꾼』, 『우리 반 홍범도』, 『추락』, 『온달장군 살인 사건』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공저 『전사가 된 소녀들』, 『격리된 아이』 등이 있다. 

 

 

[글쓴이의 말]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고 고려의 정치사에도 큰 영향을 준 만권당은 단순히 만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고려의 불운한 정치사 뒤에 이토록 애달픈 이야기가 있다면 충선왕이 초기에 꿈꾸었던 혁신적인 정치가 물거품이 되진 않았을 터였다. (…) 지금도 어딘가에 만권당이 있을 것이다. 국이처럼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에게 더 많은 만권당이 필요한 시대다. -윤해연 

 

다모는 비록 출신은 미천했으나 일정한 교육 과정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녹봉을 받는 전문직 여성이었다. 당연히 남성 포졸과 똑같이 수색, 포박, 염탐 등의 역할을 수행할 만한 정신적 육체적인 강건함을 갖고 있었다. (…) 이런 면에서 다모는 승진과 녹봉이 보장된 조선 시대 여관이었던 궁녀에 비해 훨씬 더 전문직 여성이었음에 틀림없다. -윤혜숙

 

몇 명의 전기수들은 오늘날에도 이름이 남아 있을 정도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전기수들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바깥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기 때문에 여성이 전기수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여성 전기수의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야기는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정명섭

 

개인의 인생과 운명은 시대를 거스를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물리칠 수 없는 거대한 파고로 닥쳐오는 시대적 운명 속에서 살길을 찾아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한 제주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큰 보람이었다. -김소연

 

 

[차례]

윤해연 | 만권당 소녀 9 

윤혜숙 | 다모 백이설 51 

정명섭 | 책 읽어 주는 상희 101 

김소연 | 어느 소녀병의 편지 141 

 

 

[미리보기] 


 

[본문에서]

만권당이 없었다면 원나라의 학자들과 고려의 유학자들이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만권당에서 세상의 온갖 것을 말한다. 원나라의 학문은 물론이고 서방의 살림이라든지 밤하늘의 별을 보는 방법, 혹은 음악이나 그림을 놓고도 밤을 새우곤 했다. 국이는 만권당이 좋았다. -「만권당 소녀」(11쪽)

 

“네가 그린 초상화는 아이의 놀이라고 하기엔 놀랍고 지금 화풍이라고 하기에는 놀이에 가깝다. 이런 그림은 처음이구나. 이 정도를 그렸다면 분명 화첩을 보면서 흉내를 냈을 텐데 어찌 이런 그림을 그렸더냐?” -「만권당 소녀」(24쪽) 

 

“더 들어보세. 자세히 말해 보아라. 원나라의 그림과 어떻게 다르다고 말씀하셨느냐?”

“재밌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원나라의 간섭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림뿐이라면서 제 처지랑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권당 소녀」(41쪽) 

 

시형도는 세 부를 작성해 피해자의 가족과 포도청, 그리고 임금에게 보내도록 되어 있었다. 이설은 끝까지 자신을 믿어 준 순두 아저씨가 고맙고 든든했다. -「다모 백이설」(88쪽)

 

“고마워. 네 덕분에 동무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게 됐어.”

육조거리 앞에 와서야 자영은 새삼스럽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누구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제 일인 걸요.” -「다모 백이설」(90쪽) 

 

“세상엔 죽어도 좋은 목숨이란 없는 거다, 천하든 귀하든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게 우리 같은 사람이 지켜야 할 평생의 신념이기도 하지.” -「다모 백이설」(92쪽) 

 

“세상 사람들이 얘기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여자에게 들을 생각을 하지는 않는단다.”

“왜요? 저도 목소리 좋다고요!” 

“물론 잘 알지. 네 아버지가 바로 한양 최고의 전기수였던 과농이었잖느냐.” -「책 읽어 주는 상희」(111쪽) 

 

“여자 전기수는 없었어. 아까 판수 아저씨도 얘기했잖아.”

“왜 여자는 안 된다는 거야?” 

상희의 말에 수돌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닌다고 해서 운종가라는 이름이 붙은 종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긴, 여자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못 봐서 그런 것뿐일지도 모르지.” -「책 읽어 주는 상희」(115쪽) 

 

육각정 아래에서 상희의 모습을 지켜보던 기생 하나가 조용히 생황을 불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생황 소리에 맞춰 여자 전기수 상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책 읽어 주는 상희」(135쪽)

 

족은어멍은 오사카에서 겪은 일로, 저는 고향에서 겪은 일로 가슴 병을 얻은 셈이지요. 거센 바닷바람이 문풍지를 긁어 대는 밤이면 우리는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등을 돌린 채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거우다. 하긴 제주에서 진땀이 배인 얼굴을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등 돌리고 자는 가족이 한두 집이었겠습니까. 다들 바윗덩어리 같은 사연 하나씩은 가슴에 매달고 사는 거지요. -「어느 소녀병의 편지」(143~144쪽) 

 

성재 오라방은 해방이 되었는데도 벌을 받기는커녕 대한민국 경찰복으로 바꿔 입고 주민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횡포를 일삼는 친일파 순사들의 꼴을 못 참았습니다. 왜 그런 모순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지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본 놈들이 섬에서 썰물 빠지듯 물러갔지만 그들 밑에서 개 노릇을 하던 친일파들은 고스란히 남아 뻔뻔한 얼굴을 쳐들고 다녔으니까요. -「어느 소녀병의 편지」(151쪽)

 

저를 짓누르는 공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닌 지금 당장 우리 식구의 목줄을 옥죄는 시퍼런 칼날이기 때문이죠. 빨갱이 집안이란 누명을 쓰고 호적에 붉은 줄이 그어진 우리 세 사람의 운명이 저의 목을 조였습니다. -「어느 소녀병의 편지」(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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