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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학교 가는 길

작성자
책씨앗
작성일
2022-09-15 17:05:32

17년간의 소외와 편견, 차별의 아픔을 딛고

 마침내 지어 올린 ‘기적의 학교’ 

학교 가는 길


 


 

[책 소개]

17년간의 소외와 편견, 차별의 아픔을 딛고 마침내 지어 올린 ‘기적의 학교’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그 길 위에서 다시 시작된 아주 오래된 여정을 써 내려가다 

 

2017년, 장애 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당시 장애인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던 바로 그 장면이다. 특수교육 시설의 설립이 매번 좌절되어 장애 아이의 부모가 죄인처럼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사람들의 폭발적 응원과 지지를 이끌었다. 『학교 가는 길』은 17년간의 소외와 편견, 차별의 아픔을 딛고 ‘서진학교’가 설립되어 2020년 개교하기까지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의 단단한 용기, 좌절과 성취의 순간들을 담아낸 과정이자 그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기록하여 우리 사회에 용기 있게 발화한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의 또 다른 여정이다. 

 

서진학교가 지어지고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뷰파인더 안팎을 오가며 김정인 저자가 바라본 우리 사회는 어떠했을까. 저자는 ‘관찰하는 자’와 ‘참여하는 자’ 사이의 거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연대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 내면을 진솔히 고백한다. 또한 책 작업에 함께한 발달장애인 부모 7인은 아이와 같이, 아이를 위해, 아이 곁에서 살아 낸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사회현실을 예리하게 돌아보는 동시에 지금 이곳에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뜨거운 마음을 함께 전한다. 

 

특수학교가 지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개봉되고 난 뒤에도 상영금지 소송 등 고난과 시련은 끊이지 않았다. 결코 맘 편히 숨을 내쉴 수 없는 상황 앞에서, 김정인 저자는 매번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맞닥뜨렸지만 체념이나 절망에 굴하지 않고 현실 그 자체를 올곧게 들여다보았다. 우리의 편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두가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가 단지 ‘다름’으로 이해되고 존중받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 갈지…… 오늘도 치열한 고민과 탐구를 계속하면서, 저자는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를 이제 이곳에 덤덤히 털어놓는다. 

 

 

[출판사 리뷰]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척도가 ‘거리’로 판단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학세권, 초품아, 역세권, 슬세권 등의 단어가 더는 새롭지 않은 요즘이다. 좀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면 이는 ‘윤택한 삶’이 보장되는 조건으로 여겨진다. 목적에 보다 가까이 다다르고자 우리 삶의 반경은 촘촘히 밀집해져 가고, 그만큼 서로 간의 갈등과 충돌이 많아지며, 이해와 배려의 범위가 확연히 줄어든다. 살기 바빠서, 일하기 힘들어서, ‘현생’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그렇다면 이건 어떠할까, 하루 왕복 2~4시간 거리의 등하굣길. 새벽 6시에 일어나 눈 비비고 시작하는 등교 준비. 집에서 거리가 얼마큼 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멀리 가닿는 학교……. 그러한 상황을 두고, 삶의 반경이 넓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일상의 영역’ 자체가 부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갈 수 있는 학교가 주변에 없다는 것. 다른 사람들 눈에 ‘멀쩡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곳곳에서 배척당하고 외면당하는 것. 그러한 삶의 질은 어떤 척도로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 누가 감히 판단할 수나 있을까. 

‘최단 거리’가 삶의 실리적 효율을 뜻하는 세상에서, 어떤 이들의 갈망은 효율이나 효용 가치가 아니라 그저 ‘삶의 필요’로부터 비롯된다. 남들처럼, 그러니까 비장애인처럼은 아니더라도 아이가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갈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좀 더 필요하다는 갈망. 지난 2017년,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던 이유도 그러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당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현장에서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다. 어떤 이들은 이 또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러했을까. 당시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의 자녀 대부분은 이미 많이 자란 뒤였다. 당시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개교한 건 10년도 전의 일이었으며 서울 외 지역들은 사정이 더욱더 열악했다.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있지만, 없는 채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그들은 무릎 꿇고 간절함을 전했던 것이다. 

17년의 힘겨운 투쟁과 기나긴 기다림 끝에 2020년,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개교하여 아이들을 맞이했다.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은 ‘서진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의 단단한 용기, 좌절과 성취의 순간들을 가감 없이 담아낸 5년간의 기록이다. 어머니들 곁에서, 어머니들과 함께, 김정인 감독은 무수한 갈등과 충돌을 마주했고 단순히 선과 악으로만 나눌 수 없는 여러 입장 사이의 거리를 파고들었다. 서진학교가 지어지고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뷰파인더 안팎을 오가며 감독이 바라본 우리 사회는 어떠했을까. 학교가 지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개봉되고 난 뒤에도 상영금지 소송 등 고난과 시련은 끊이지 않았다. 결코 맘 편히 숨을 내쉴 수 없었던 시간이 흘러 어느덧 ‘무릎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2022년 9월.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비로소 시작된 오래된 여정을 써 내려간 단행본 『학교 가는 길』을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인다. 

 

“오늘도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겠습니다.  

함께 가자고. 우리 함께, 살아가자고.” 

 

시작은 사실 단순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김정인 저자는 휴대폰으로 뉴스를 서칭하고 별생각 없이 검색어를 들여다보던 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짧은 기사를 통해 장애 학생 부모들의 사연을 접했고 이상하리만치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평소 장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었고 남달리 관심이 많지도 않았는데 저자에게는 살면서 처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들, 현장에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의 충격적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가까스로 전하고 싶은 연민과 연대의 감정이었을까. 저자는, 영화감독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저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적어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단 한 뼘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무작정 어머니들을 만나러 갔고 그 길이, 『학교 가는 길』의 시작이 되었다. 

 

눈앞의 고통 앞에 누구도 3인칭 시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정인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포착하지만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차별과 혐오의 층위는 단편적일 수 없음을 누구보다 체감한 까닭이다. 이를테면 서진학교 설립반대는 ‘최대 규모의 임대아파트 단지’라는 지역 특수성이 낳은 소외와 울분을 품고 있었다. 정치적 공약이나 전략은 궁극적으로 ‘약자를 배제하거나 혹은 약자를 혐오하도록’ 부추긴다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저자는 지금 이곳에 놓인 삶의 여러 가지 형태를 살피며 편견과 차별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나와 너의 차이가 ‘다름’으로 이해되고 존중받는 세상은 대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연대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 내면을 진솔히 털어놓는다. 또한 책 작업에 함께한 발달장애인 부모 7인은 아이와 같이, 아이를 위해, 아이 곁에서 살아 낸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지금 이곳에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못다 한 마음을 전한다. 덤덤히 들려오기에 더욱 먹먹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는, 그것이야말로 삶이라는 ‘투쟁’의 기록이자 ‘생존’의 애절한 역사이며 희망임을 느끼게 한다. 

 

2022년,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나빠지는 현실 앞에서 감독과 어머니들은 오늘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기적은 결코 우연히 오지 않음을 증명해 낸 어머니들 곁에서, 감독은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는 책임의 무게를 익히 알고, ‘모두가 연결되는 삶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갈망하는 까닭이다. 어쩌면 이들에겐 이전보다 더 힘들고 고된 길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풍경을 우리 같이 그려 보면 어떨까. 가깝고도 먼 그 거리의 척도는 저마다 마음에 달려 있을 것이기에 감독과 어머니들은 한 번 더 손을 내민다. 함께 가자고. 우리 함께, 살아가자고. 

 

 

[추천평]

우리가 누군가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그를 이해하기 때문이며, 그의 기쁨과 슬픔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의 세계는 낯설고 알 수 없는 세계다. 김정인 감독은 자신도 몰랐던 미지로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가 마침내 진심으로 그 세계를 끌어안게 된다. 이 책은 격렬한 지역의 반대 속에서 서진학교가 설립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의 제작기이며 동시에 장애에 대한 세간의 차별과 혐오를 넘어 그가 도달한 공감의 기록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그가 마주한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참으로 다정한 길 안내서라는 사실이다.

- 김옥영(다큐멘터리 작가, 『다큐의 기술』 저자)

 

비장애인이 숨 쉬듯 누리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장애인에게는 투쟁의 대상이 되는 사회. 영화 <학교 가는 길>은 그런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1년 후, 김정인 감독이 카메라 앵글 안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활자가 되어 책으로 만들어졌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서 차별을 발견하고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간 이야기는 진정한 연대의 삶이 무엇인지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 백정연(소소한소통 대표,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저자)

 

결코 요약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심장을 꺼내 탈탈 털어도 다 못할 이야기를 길어 내는 문법은 말끔한 문장도, 유창한 말재주도 아니다. 곁에 머무는 마음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여정이 언제 끝나든 가장 오래 남아 함께하겠다는 마음. 그 우직한 마음을 만났을 때만 입을 여는 이야기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그 영화의 제작기인 이 책에 있다. 그 마음이 담아낸 한 공립 특수학교의 개교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싫어하지 않는다며 외면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며 구별 지어 온 ‘우리’의 가장 솔직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장애 자녀가 살아갈 세상의 폭을 넓히기 위해 무릎을 꿇어서라도 맞서 온 엄마들의 분투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 이문영(기자, 『노랑의 미로』 저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이들 앞에서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던 모습부터 장애 학생과 학부모의 평범한 하루하루까지 꼼꼼하게 담아냈던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이 전해 준 울림을 기억한다. 그 묵직한 울림을, 이번에는 종이 위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기록은 힘이 세다고 한다.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향한 치열한 노력이 영상과 활자를 통해 널리 소개된다면, 우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김정인 감독과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소중한 기록이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 조희연(전 성공회대 교수)

 

 

[차례] 

추천의 글 

들어가며-다시, 길 위에 서서 

책의 주요 등장인물-함께한 우리를 소개합니다 

등교 준비 

 

1장 시작하는 마음

첫걸음│그때 그 마음│명운

기록하는 목소리1 우리가 무릎 꿇은 이유-장민희 

2장 다가가는 걸음

수소문│과일 주스│승낙│파란│출발 준비

기록하는 목소리2 나를 성장하게 만든 그 시절-정난모 

3장 바라보는 마음

서서히, 가까이│일터│전우애│울분

기록하는 목소리3 지역에서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것-최보영

4장 사라져 간 걸음

근원│공진초, 공진중 아이들 I│공진초, 공진중 아이들 II│목격자들│허준 선생의 생각

기록하는 목소리4 평생교육이 필요한 이유-조부용 

5장 부딪히는 마음

우리는 오늘도 배우며 성장합니다│산 넘어 산│동해에서 벌어진 일│정치의 존재 이유│정기총회│지현이의 졸업 

기록하는 목소리5 장애인도 세금 내는 시민이 될 수 있기를-이은자 

6장 멀고 먼 걸음

더 나은 통합교육을 꿈꾸며│데자뷔│미궁│동해시 장애인학부모회를 찾아서│일당백│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국가의 할 일

기록하는 목소리6 나의 투쟁, 우리의 투쟁-김남연 

7장 마주 보는 마음

악몽│비구름이 걷히면│인터뷰 신(Scene)│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비장애 자매형제들│막판 진통

기록하는 목소리7 나는 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입니다-김종옥

8장 함께하는 걸음

등교│후반 작업│월드 프리미어│작전명: 모차렐라 치즈│호사다마

 

그 후의 이야기-김정인 감독과 어머니들의 짧은 대담

나가며-엔딩 크레딧

 

 

[책 속으로]

지현이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보통 이 시간에 일어나면 제아무리 미식가라 한들 식욕이 있을 리 없다. 어렵사리 식탁 앞에서 씨름하고 나서는 세수하고 머리 감고 옷을 입어야 한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지현이 혼자서는 아직 능숙하게 해내기가 어렵다. 모든 과정을 한 시간 안에 끝내야만 늦지 않고 버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엄마와 딸은 이인삼각을 하듯 단짝이 되어, 3년째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이은자와 안지현이 비슷한 모습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일전에 만난 한 어머니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전날 밤 미리 자녀에게 양말을 신겨 재운다고 말씀하셨다. 대한민국 장애 학생들의 학교 가는 길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_P.23 

 

하긴, 촬영하는 내내 뭔가 ‘초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었다. 일치단결한 군중이 분출하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그에 대비되는 장애인 부모들의 고군분투, 게다가 강당 천장에서 강렬하게 내리쬐던 조명 빛까지 더해 시공간의 무질서는 서서히 현실 감각을 마비시켰다. 경미한 현기증에 시달리며, 무엇에 홀린 듯 간신히 그 시간을 지켜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죽하면 목격하는 그 풍경이 차라리 ‘몰래카메라’이기를 바랐을까? 그런데,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어질어질한 상황이 고조될수록 내 안에 어떤 확고한 의지가 자리하게 된 것이었다. 여러 기준을 두고 꼼꼼히 쟀다기보다 촬영 중 어느 순간부터 덜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장애인 부모들의 여정을 ‘기필코’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는 고집은 이렇게 솟아났다. _P,66-67 

 

서울시 내에서 마지막으로 특수학교가 개교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기였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 문제만 해도 이러한데 주거, 일자리, 돌봄, 의료지원 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벼랑 끝에 선 자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교육을 비롯, 전 생애주기와 맞물린 발달장애인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자 부모들은 교육청으로, 교육부로, 국토부로, 복지부로, 국회로, 시청과 시의회로, 청와대 앞으로, 필요하면 어디든 달려가서 온몸을 던졌다.

장애 자녀의 부모들은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하고 삼보일배도 했다. 이렇게 몇 년을 보내는 사이 평범한 엄마들과 아빠들은 거리의 투사가 되어 있었다. 투쟁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입에 낯설지만 마음만은 더욱 단단해진 채로. _P.118

 

'내가 만일 가양동 주민이라면 나는 어느 편에 섰을 것인가?’

‘토론회장 어느 자리에 앉았을 것인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괴롭힌 질문이었고,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장애인 부모님들의 절절한 심경에 깊이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줄곧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고 배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한 해 한 해 살면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현실은 냉정하고,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명백한 실책 하나, 국가의 성급한 주거정책은 너무 쉽고도 뚜렷하게 계급을 갈라놓았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아픔과 상처가 사람들을 짓눌렀다. _P.141-142 

 

‘우리가 강남 아파트에 살았어도 이런 취급을 당했을까?’

만만한 게 임대아파트 주민들이라 우습게 보고 언제든 자기들 멋대로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눈에 밟혔다. 소외된 자들의 아픔마저 등급을 매겨 차별하는 세상에서 공진초 아이들은 이쪽에서 치이고 저쪽에서 치였다. 공진초 아이들은 그토록 매몰차게 내버리더니 이제 힘겨운 장애 학생들의 손을 잡아 주자고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말의 의미를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지역 아이들이 한데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오면 모를까, 장애인 특수학교는 고립과 배제와 멸시의 경계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엄습하자 강은영 어머니는 잔뜩 겁에 질렸다. 그래서 당시 공진초 학부모들의 정확한 입장은 ‘서진학교 설립반대 그 자체라기보다 찬성의 명분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가까웠다. _P.163-164

 

좋든 싫든, 원하든 원치 않든, 교실에서든 교실 밖에서든, 우리는 늘 학습하며 좀 더 성숙해지려고 노력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공부할 게 지천으로 널려 있고 접근성마저 편리한 시대에는 개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늘 그러하듯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 한가운데 발달장애인들이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교육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먼저, 비장애인과 똑같이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습득하는 것으로서의 교육. 다른 하나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극받고 영향받으며 퇴행을 막거나 늦추는 역할로서의 교육. 이는 생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의무교육 동안에는 어찌어찌 해 본다고 하나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겨난다. 복지관이나 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없다. 더욱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당장 이번 역량 강화교육만 봐도 일회성 사업이라 지속 되지 못할 게 뻔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재차 강조하건대, 발달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산소호흡기와 같다. _P.193-194 

 

장애인 딸을 낳아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몰이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애가 있어서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향된 인식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 사후에 장애인 자녀의 안녕이 보장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이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던 중,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인을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낯선 존재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고 친밀해지며, 마침내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험하고 불편한 장애인이 아닌 이웃으로 인식해야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_P.225

 

 

[저자 소개]

김정인 

맛과 멋의 고장 전라북도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예술사・ 전문사 과정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월드비전에서 6년간 일하며 국제개발협력 및 공적개발원조 (ODA) 관련 정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타고난 것이 마땅치 않은 까닭에 자질을 향한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 속에서 더 나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다만 노력할 따름이다.

그동안 제작한 작품으로는 <카바넷을 찾아서> <하늘에 계신> <하늘 연어> <어머니의 땅> <내 사랑 한옥마을> 등이 있다.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개막작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학교 가는 길>은 2021년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 중 최다 관객을 동원했으며 교육부를 통해 전국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장애인식 개선교육 교재로 보급되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 7인 

김남연: 중증자폐성장애를 가진 청년 윤호의 엄마. 투쟁 현장에서는 한없이 냉철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지만 실은 자유분방하고 정 많은 성격을 지녔다. 윤호의 유치원 입학 거부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권 활동가가 되었다,  

 

김종옥: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예민한 딸을 둔 엄마. 삶을 ‘쓰임’과 ‘즐김’으로 나누고자 하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활동가라는 쓰임을 가장 명예롭게 여긴다. 전공인 동양철학을 주제로 청소년 인문학 책을 몇 권 냈고 SF 소설을 쓰고자 하는 소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은자: 발달장애를 가진 지현이의 엄마. 2013년에 강서장애인부모회를 설립한 후 본격적인 부모운동에 나서며 서진학교 개교 및 여러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돕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훈련 기회를 제공하며, 고용 기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장민희: 세 딸을 둔 엄마로, 그중 둘째가 혜련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복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장애 자녀를 둔 엄마로서 자신이 경험한 아픔을 다른 가족들이 덜 겪을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정난모: 평범하던 삶은 자폐성장애가 있는 재준이의 엄마가 되면서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백팔십도, 화끈하게 바뀌었다. 평소에는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의외로 대범하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재준이 때문이다. 재준이 엄마로 사는 삶을 아끼고 사랑한다. 

 

조부용: 발달장애라는 선물(?)을 가지고 태어난 보물(!) 둘째 딸 현정이 덕분에 낯선 세계에 입문했고 비교적 뒤늦게 부모운동에 발 담그게 되었다. ‘투쟁’이란 단어가 여전히 입에 낯설지만, 그 누구보다 속성으로 배워 가장 뜨겁고도 치열한 나날을 보냈다. 2018년~2020년, 강서장애인부모회 3기 회장을 맡았다. 

 

 

최보영: 동해시 장애인학부모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열아홉 살 기쁨이와 열다섯 살 아라, 이렇게 두 딸의 엄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지 않아도 동해시에서 우리 아이들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이상을 현실로 이루고자, 오늘도 가만히 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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