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비룡소 틴 스토리킹 2관왕 수상 작가
도망쳐야 한다. 그놈보다 더 빨리.
지루할 틈 없는 사건들,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주인공!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최정원 장편소설 『폭풍이 쫓아오는 밤』이 출간되었다. YA 심사단으로부터 “탄탄한 스토리,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 “차기작이 기대된다”는 호평을 받으며 완성도 높은 이야기와 흡인력으로 주목받은 소설이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가족과 함께 숲속 수련원으로 여행을 간 열일곱 살 주인공 이서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괴물에게 쫓기는 상황이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긴박한 심리 묘사가 주인공의 과거 사연과 맞물려 깊이를 더한다.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몸을 내던지는 이서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며, 위험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서 자매를 돕는 수하의 사연과 두 주인공의 관계 역시 시선을 끄는 포인트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빠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달려나가는 주인공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강렬한 성장소설이다.
“도망칠 때에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평화롭고 고요한 숲속을 울리는 끔찍한 비명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온 이서네 가족. 신난 여섯 살 동생 이지와 아빠와는 달리 이서는 불안함이 앞선다. 평소 천식을 앓고 있으면서도 전날까지 무리해서 일을 마치고 온 아빠의 체력도, 가 본 적 없는 가족 여행의 어색한 분위기도 걱정이다. 그런데 천둥번개가 치며 빗방울까지 떨어지고, 산 저편에 있다는 개 농장에서는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 댄다. “역시 이 여행은 오는 게 아니었다.”(31면)
폭우가 쏟아진 저녁, 갑자기 인터넷과 전화가 끊기고 아빠는 상황을 확인하러 관리동으로 떠난다. 이서는 이지와 아빠를 기다리며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버석버석, 낙엽을 밟는 소리. 보행로가 아닌 곳에서 들려온 소리에 긴장하여 신경을 곤두세우던 찰나, 창문 밖을 지나는 검은 그림자를 발견한다.
시커먼 물결이 창틀 바로 아래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비친 형광등 불빛이 뻣뻣하게 곤두선 표면 위를 천천히 타고 흘렀다. 두 팔을 활짝 벌린 너비의 두 배 크기였던 창문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를 가득 채운 채로. ― 본문 41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은 곧이어 이서의 옆 숙소를 습격하고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잠시 뒤 괴물을 사라졌지만 관리동에 간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 상황. 이서는 아빠와 어른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이지를 업고 관리동으로 달린다. “달려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그것이 쫓아오기 전에 더 빨리.”(9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 덮쳐 와도
반드시 우리를 지켜 낼 거야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관리동에 도착한 이서가 마주한 것은 아빠가 아니라 어설픈 직원 한 명과 낮에 마주쳤던 또래 남자애 남수하뿐이다. 수하는 엄마의 권유로 교회 수련회에 참여해 수련원에 오게 됐다. 전부 낯선 얼굴들뿐인 일행들이 어색해 혼자 산책을 나온 길에 천식 환자들이 쓰는 흡입기처럼 보이는 물건이 핏방울이 묻은 채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해서 관리동에 왔다. 그리고 무심하고 냉정해 보이던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이서가 자꾸만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 신경이 쓰인다. 탈진한 이서의 동생을 챙기는 사이 듣게 된 건 수련원에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이 돌아다닌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하지만 수하도 곧이어 창문 너머로 목격하고 만다. 확인하러 떠난 직원을 습격하는 커다란 검은 짐승을.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비명에 위치를 들켜 버리고, 괴물은 관리동으로 쫓아 올라온다. 철문을 부수고 들이밀어진 커다란 머리. 이서는 그 끔찍한 형체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한다.
이서의 꿈속을 따라다니는 눈동자, 이서의 손등에 있는 화상 자국과 같은 흉터. 마치 사람의 “웃음소리 같은 소름 끼치는 숨소리”(75면)를 내는 그 괴물은 이서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겨 온 비밀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가 사고를 당한 날, 그날의 비밀을.
『위저드 베이커리』 『스노볼』을 잇는
영어덜트 소설의 정수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사라지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청소년 주인공들의 에너지가 빛나는 작품이다. “또래들이 연대하여 위기에 맞선 끝에 내면의 결핍을 해소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긴박함이 가득한 분위기 속 달려나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영어덜트 소설’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YA 심사단 역시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 매력적인 인물들을 강점으로 꼽으며 『폭풍이 쫓아오는 밤』을 수상작으로 선택했다. 『위저드 베이커리』처럼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깊은 여운으로 등장인물들의 이후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작품, 『스노볼』처럼 세계관과 장면이 그려지고 영화적인 매력이 넘치는 작품으로서 무엇보다 ‘영어덜트 소설상’의 취지에 걸맞은 소설이라 할 만하다.
두려움에 맞서기를 선택한 이들을 위한
강렬한 성장소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주인공들이 내면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에 있다. 이서가 괴물에게서 보는 것은 자신이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그날의 진실에 대한 죄의식이다. “벌 받아야 되는데 벌 안 받고 있는 그런 사람.”(179면)을 잡아간다는 괴물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는 이서에게 무시할 수 없는 운명처럼 들린다. 수련원을 떠날 기회를 버리고 이서를 돕는 수하에게도 폭력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 같아 보일지라도, 자신을 믿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는, 강렬한 성장소설이다. “차기작이 기대된다.”라는 YA 심사단의 호평처럼, 탄탄한 서사를 깊이 있게 묶어 낸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눈여겨볼 순간이다.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위로하고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들에 반했다. 이야기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탄생을 축하한다. 이다혜 작가
[차례]
프롤로그
1 무리한 계획
2 체크인
3 폭풍의 시작
4 습격
5 유실물
6 악몽보다 더
7 필사의 도주
8 악몽의 눈
9 마법과 저주
10 그날
11 각자의 속셈
12 멈춰야 하는 이유
13 아침이 오기 전에
14 회장의 수집품
15 악마의 값어치
16 잘못된 거래
17 악마를 꾀어내려면
18 덫
19 미끼가 틀렸다?
20 우리는, 어쩌면
21 폭풍이 쫓아오는 밤에는
22 저주의 끝
에필로그
작가의 말
[줄거리]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온 이서는 마냥 신나는 동생 이지와 달리 스산한 분위기의 수련원과 무리하는 아빠의 모습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숲 저편에서는 어딘지 꺼림칙한 개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폭우까지 쏟아지는 저녁. 설상가상으로 수련원의 인터넷과 통신이 모두 끊기고, 이서의 아빠는 상황을 확인하러 관리동으로 향한다. 그사이 숙소에 남은 이서와 이지는 옆 숙소를 습격한 괴물을 목격한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주말, 숨죽인 채 떨고 있던 이서와 이지는 괴물이 사라진 틈을 타 아빠를 찾으러 관리동으로 향한다.
한편 엄마의 권유로 교회 수련회에 따라온 수하는 어색한 분위기를 피해 산책에 나서고 특이하게 생긴 물건을 줍는다. 습득한 분실물을 전달하러 관리동에 온 수하는 동생을 업고 먼 거리를 달려온 듯한 이지를 마주친다. 관리동에도 아빠가 보이지 않아 당황한 이서. 그런데 관리동에서 발견한 것은 수하가 들고 왔다는 핏방울이 묻은 아빠의 천식 호흡기다. 괴물이 돌아다니는 어두운 숲속, 이서의 아빠는 무사할까? 이서와 수하는 무사히 오늘 밤을 지날 수 있을까?
(**결말 포함:
상황을 확인하러 떠난 직원이 괴물에게 당하고, 이서와 이지, 수하는 괴물을 피해 수하네 숙소로 도망친다. 숙소까지 쫓아온 괴물과 맞서던 순간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오고 놀란 괴물은 이서를 뒤로하고 도망친다. 총을 쏜 사람은 산 건너편 농장에서 개와 곰, 괴물을 관리하는 박 사장. 자신의 실수로 괴물이 풀려난 사실을 숨긴 채, 괴물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사라지려던 그는 수하네 일행에게 붙들려 탈출을 돕게 된다. 이서는 동생을 수련원에서 내보낸 뒤 홀로 아빠를 찾기로 결심하고, 수하는 그런 이서를 돕기 위해 함께 남는다. 박 사장의 상황을 눈치챈 이서가 아빠를 찾는 것을 도우면 괴물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아빠는 찾지 못하고 괴물을 먼저 잡기로 한다. 괴물이 술 냄새에 이끌려 다니던 것을 기억하고 강당에 술을 풀어 유인하려는 작전을 세운 세 사람. 괴물을 죽이지 않으려는 박 사장의 방해를 피해 가까스로 괴물을 잡고, 다시 일어서려는 괴물에게 이서가 불을 지르며 죄책감에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다시 가족들과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한다. 이서와 수하는 강당에서 나와 길옆에 가려진 계곡에 쓰러진 아빠를 발견하고, 구조대가 도착하며 긴박했던 하루가 끝난다.)
[저자 소개]
최정원
읽는 즐거움이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으로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제3회 비룡소 틴스토리킹 공모전에 최종 당선되었다.
[추천사 전문]
시종일관 두근두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크리처가 있는 모험담이다. 아빠를 구해 내려는 이서에게서 시작해 이서를 의지하는 동생 이지를, 자매를 돕게 되는 수하를 응원하며 따라가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죄책감과 책임감이라는 두 단어의 무게를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라는 형식으로 경험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위로하고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들에 반했다. 이야기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탄생을 축하한다. 이다혜 작가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독자의 관성적 사고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가족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를 무찌르는 존재인 이서는 여성 청소년이다. 그가 지켜 낸 가족은 혈연을 바탕으로 이뤄진 전통적 가정이 아니다. 한때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에 속하길 소망하던 이서는 자신의 용기를 바탕으로 동생과 아빠를 지켜 내며 스스로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주체가 된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었다.”라는 칭찬이 너무나 어울리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더 큰 매력은 흥미롭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위에, 그간 공고히 구축된 과거의 상식과 질서를 뒤집는 이 시대에 필요한 전복의 서사를 얹어 냈다는 점이다. 김영희 교사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지닌 주인공이 가족 여행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을 맞닥뜨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맞서 싸우는 대상은 괴물이면서 ‘죄의식’이다. 이런 메시지는 동생을 구해야 하는 현재 상황과 과거의 상처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선명해진다. 또 또래들이 연대하여 위기에 맞선 끝에 내면의 결핍을 해소하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에너지가 크게 느껴졌다. 심사평 중에서(심사위원 이다혜 이수현 천선란 카카오페이지 창비)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 있는 구성, 장르에 적합한 문체, 매력 있는 인물. 차기작이 기대된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지루할 틈 없이 사건들이 긴장감 넘치게 흘러간다.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 어른과의 갈등과 두려움을 주는 괴물에게도 지지 않고 맞서 싸우는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YA심사단 의견 중에서
[작가의 말 중에서]
저는 그렇게 이겨 내고 견뎌 내는 주인공들의 등 뒤에서 그들의 용기를 나눠 받으며 살아온 느낌입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제 안에 쌓아 온 이야기들 덕분이었을지도 모르죠. 언젠간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오래도록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책 한 권을 써내고 말았습니다. 독자님들께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 주실까요? 이제 다시 용기가 필요한 때가 왔네요. 지금은 그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리며, 이 두려운 모험 끝에서 저 또한 그 ‘빛나는 무엇인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어 보려 합니다.
[본문 중에서]
진짜 가족이구나. 저 셋은.
저주처럼, 신이서는 그렇게 자기 가슴을 스스로 쩍 갈라 놓았던 것이다. ― 본문 93면
언젠간 완전히 도려낼 수 있을까. 잊으려 할 때마다 되돌아오는 이 끔찍한 기억들을. 오늘 새로 덧붙기 시작한 악몽까지 떠오르자 가슴이 턱 막혀 왔다. ― 본문 116면
“그러니까 도와드린다고요. 저 괴물, 불러들일 방법을 알 것 같으니까.”
(…)
“그 대신에.”
난 됐으니까.
“우리 아빠 찾는 거, 도와주세요.” ― 본문 144-145면
“난 또 후회할 수는 없어. 나 때문에 또 가족을 잃는 일은 안 돼. 난 그거 못 견뎌. 못 살아.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나아.” ― 본문 170면
벌 받는 중인 거야. 이서는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그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본문 175면
우리는 너덜너덜하게 해진 허수아비다. 잔뜩 기울어져서, 한 번만 바람이 훅 불면 뒤로 넘어가고 말겠지. 하지만 저기 새떼가 밀어닥치고 있으니 지금은 서 있을 수 있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 여긴 어쩌다 찢어졌냐고, 어디부터 고치면 좋겠느냐고 물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실 고칠 재주도 의지도 없는 주제에. 호기심도 동정도 사양인 것이다.
가끔은 그냥 등 뒤에 서 있어 주는 것만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수하에게는 그 말 없는 기다림이 절실했다. ― 본문 187면
열일곱 살은 운명 같은 것을 믿기에는 너무 많거나 너무 어린 나이다. 열일곱 살에는 마음대로 세상에 억지를 부려 보며 그것에 운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편이 더 어울린다. ― 본문 213면
죽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정말로 죽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지금도, 내가 죽더라도 아빠는 구하고 말겠다고 다짐했지만…… 죽고 싶지 않았다. 이서는 깨달았다. 비겁하고 초라해도, 그게 진심이었다. ― 본문 215면
“다시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거야. 나도 웃을 거야. 웃고 싶어.” ― 본문 2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