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사회 속 협력과 연대라는 가치
키워드로 읽는 불평등 사회
[책 소개]
이 책은 2019년 정규직 교수직을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마을에서 연대를 모색하는 사회학자 조형근 작가의 신작이다. 화제가 되었던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창비) 가 지식인의 자기성찰에 관한 책이라면, 이 책은 좀더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현안을 사회학자의 눈으로 살펴보고 진단하고, 처방을 모색해본다.
책은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평등이 심해지는 세상에서 기초적인 안전과 경제를 도모하고, 같이 잘살 방법을 궁리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찾아본다. 그리고 발달하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우리가 져야 할 책임, 미국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교훈을 찾아본다. 27개의 키워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산업재해처럼 대부분의 이웃이 겪는 문제도 있고 성소수자와 난민 문제처럼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키워드들도 있다,
1장 <불평등이 심해지는 세상>에서는 불안정한 노동자인 프레카리아트, 삼성가와 관련한 상속세와 세습 자본주의, 지방소멸, 경자유전처럼 한국사회에서 현재진행중인 불평등 실상에 대해 알아보고 이후 전망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2장 <모두가 안전한 사회>는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공임대 주택, 기본소득, 최저임금을 통해 노조와 복지가 빈약한 한국에서 서민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보루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3장 <위기의 경제, 함께 사는 방법>은 경제적 가치만 절대시하는 경쟁 자본주의 대신 협력과 연대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에 대해 알아본다. 재정준칙과 재정건전성, 헬리콥터 머니, 공매도, 헷지투자, 차등의결권과 같은 아려운 키워드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4장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에서는 차별금지법, 기본권 제한, 난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윤 논리와 약육강식의 욕망이 범람하는 한국사회의 일면과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 <성공의 다른 시각>에서는 번영신학, 능력주의, ESG, 사회적 가치를 알아보고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란 무엇이며 어떤 가치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6장 <과학기술의 발전, 자유와 책임>은 음모론, 의사 자율규제, 생식보조의료라는 키워드를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얻고 잃은 것에 대해 설명하며 윤리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낡은 관습을 비판한다.
7장 <반면교사의 나라, 미국>에서는 멀지만 가까운 나라 미국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파 포퓰리즘, 터스키기 실험, 증오범죄와 같은 키워드 속 미국사회를 보며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정세가 급변하는 시대다. 이슈의 둘러싼 사정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사실들이 규명된다. 저자는 최대한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의 실상을 파악하여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가능한 한 해법을 타진해서 향후 전망을 시도한다. 저자의 말처럼, 한국사회는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고칠 수 있는 여력 또한 함께 가지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잘사는 사람, 잘난 사람, 이성애자, 한국사람만으로 사회가 이루어진다면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일까? 라고 저자는 묻는다. 사회 현안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공동체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다. 못 살고, 성소수자이고, 이주민인 사람들도 이웃으로 보는 시각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어려운 사회문제나 경제 용어를 친절하게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것이다. 내 권리를 혹은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우선 불평등의 원인과 구조를 바로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힘든 이들에게 한쪽 어깨를 내주며’ 다른 한쪽으로는 사회 현안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한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협력과 연대’이다. 어려운 사회이지만,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하여 권리를 주장해 나가야 한다,
“힘센 사람들의 시혜로는 평등한 세상이 오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이 뜻과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연대와 협력의 길이다. 역사는 연대와 협력이 성장에도 이로웠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성장이 아니더라도 연대와 협력은 소중한 가치다. 이 책이 연대와 협력의 길에 놓이는 작은 디딤돌 하나라도 될 수 있길 바란다.”
-서문 <좀 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궁금한 키워드는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편집을 했다. 각 키워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또한 독립적이다. 또 각 키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림을 넣어서 이해를 도운다 .
불평등에 관해 공부해보고 싶은 인문 독자, 사회에 궁금함을 가지기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유용한 사회과학 기초 서적이 될 것이다.
[기획 의도]
살기가 어려운데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자산불평등을 나타내는 피케티 지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불평등의 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불평등을 개인 능력의 문제로 몰고 가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일상의 존립이 불안하다. 어떻게 하면 이 불안의 시대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는 세상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제력 중상위권에 드는 선진국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있음은 물론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문화까지 각광받는 잘사는 나라가 됐다. 일본, 싱가포르 다음으로 가장 많은 나라를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자국 여권을 들고 한국인은 세계로 나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1960~1970년대의 한국 광부, 간호사 들처럼 각국의 사람들이 꿈과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말 잘사는 나라가 되었을까?
“OECD 회원국이 되던 1995년에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8.3%였다. 100명 중 여덟 명쯤이 중위 소득의 절반을 못 버는 빈곤층이었다. 2020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3%, 100명 중 열다섯 명 정도가 빈곤층이다. 선진국이 됐는데 빈곤층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저자의 글 <좀 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상황이 이러하니 부자나라가 되었음에도 자살률 OECD 1위, 산재사망률은 최고 수준이다. 세계 평균이 40%가 되는 난민 보호율은 5% 정도로 낮다.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었다는 말이 모든 국민이 잘살고 있다는 의미와 같지는 않다. 자산불평들을 나타내는 피케티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orld Inequality Database에 따르면, 1995년 한국에서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1.8 %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그 비율이 46.5 %로 늘었다.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몫은 7.2 % 에서 14.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중하층 몫이 줄었다. 현재의 노동에 비해 과거로부터 쌓여온 자산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피케티 지수는 1995년 5.8배에서 2021년8.8배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서구 여러 나라는 지수가 대개 5~6배 전후를 오가는데도, 20세기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며 논란이 뜨겁다. 20세기 중반에는 2~3배 사이였다. 불평등이 심각해져서 비상이 걸린 중국이 2021년 기준 7.3배다. 한국의 피
케티 지수는 아찔하다.
-저자의 글 <좀 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자산불평등뿐만이 아니다. 성소수자 군인은 계속 군인으로 살고 싶었으나 강제 전역당해 생을 마감했고(170쪽),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나 난민이라는 이유로 대학 입학이 안되기도 한다.(192쪽) 같은 한국인이라도 서울과 지방 출신은 모든 게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는 세계 최고다.
선진국 한국과 불평등이 심해진 한국, 저자는 이 중 한쪽 면만 보고 한국사회를 평가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좋은 정치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피력한다. 이 책은 지금 우리 정치공동체가 겪고 있는 고통, 현안들을 스물일곱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접근한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간 의미]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주체는 시민, 보통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다. 실제로는 ‘보통사람’은 선거 때 홍보 문구에만 등장하고, 엘리트가 정치를 주도한다. 정치인, 관료, 기업가, 언론인 등 힘센 사람들이 여론과 정책을 주무르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폐해다. 이 폐해가 심해지면 썩은 세상 모조리 뒤집어엎자는 포퓰리즘의 분노와 음모론이 창궐하기도 한다. 포퓰리즘은 기득권을 욕하지만 실제 공격하는 대상은 여성, 비정규직, 이주민 같은 사회적 약자다. 그들이 고통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을들끼리의 싸움이 격화된다. 오늘날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자의 글 <좀 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진보 정치가 부재하고 사회적 갈등이 을들끼리의 싸움으로 치닫기 일쑤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 그때도 불평등은 있었다. 사람들은 선진국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정치인들이 약속한 미래의 분배를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선진국이 된 지금 사람들이 가졌던 믿음이 깨졌다.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능력대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당연한 논리라 말한다. 저자는 기득권이 이렇게 무도해진 것은 평등한 관계를 만들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을들끼리의 싸움 대신 협력과 연대를, 이웃과 함께 잘살기를 저자는 강력히 소망한다.
[편집부에서]
이 책의 키워드들은 <김종배의 시선집중>를 진행하며서 뽑았던 키워드들이다. 기존 원고는 뼈대일 뿐 책을 만들면서 대거 수정하거나 새로 집필했다. 책을 만들면서 새로 들어간 키워드들도 있다.
이 책은 사회과학 분야의 인문서지만, 꼭 처음부터 책을 읽어나가지 않아도 된다. 궁금한 용어는 순서와 상관없이 찾아볼 수 있도록 백과사전식 편집을 지향했다. 청년들이 사회과학 책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여 한손에 잡히게 만들었고 표지의 색깔도 산뜻한 색깔(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내기도 한다)로 잡았다.
본문의 용어에는 형광펜 효과를 넣어서 중심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고, 본문 중간에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와 카피를 찾아서 넣었다.
[저자 소개]
조형근
사회학자.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50이 넘어 정규직 교수(한림대)가 되었으나 한국 대학과 지식생산 체제의 문제를 절감하며 2019년 사직하고, 파주 교하의 협동조합 서점과 지역연구소에 근거지를 두고 집필과 강연에 전념하고 있다. 이웃과 함께하는 삶에 가치를 두고 이웃과 많은 일을 벌이는 편이다. 마을합창단 ‘파노라마’의 리더이며, 미얀마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한겨례》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공부하는 중이다.
저서로 이 책과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우리 안의 친일》, 공저로《좌우파 사전》《섬을 탈출하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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